학교는 교육을 하는 곳이다. 교육(敎育)은 '가르칠 교, 기를 육'이라는 한자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가르칠 교'라는 글자에 중점이 맞춰져 있었다. 흔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차이점을 이야기할 때 유치원은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어린이집은 보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즉, 교육 기관은 학생의 보육보다는 가르침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학원을 통한 사교육뿐만 아니라 사설 인터넷 강의가 중,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을 위한 교육을 공교육으로부터 상당 부분 빼앗아 갔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그래서 공교육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인터넷 강국인 대한민국이 온라인 원격 수업을 통한 홈스쿨링으로 교육 체계가 변화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공교육이 소멸하고 교사라는 직업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사가 아닌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리고 2020년, 우리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역사적 변화를 겪고 있다. 사상 초유의 3월 입학 및 개학의 연기를 반복하고, 4월부터는 등교 수업이 아닌 가정에서의 원격 수업을 출석 일수로 인정하는 온라인 개교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아직도 초등학교·중학교는 학년별 요일 등교 또는 격주 등교를 하고 있으며, 입시의 최전선에 있는 고등학교조차도 3학년만 매주 등교하고 1, 2학년은 격주 등교를 시행 중에 있다. 고3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등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의 의지가 아닌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환경의 변화를 시험받았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라는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아마도 대다수의 학부모는 학교라는 공간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고, 어서 빨리 정상적으로 매주, 매일 등교하는 코로나 이전의 삶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성인조차도 자신의 시간을 계획성 있게 소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성인도 어려운 것을 아직 미성숙한 초, 중, 고등학생들이 어떤 어른의 통제 없이 자율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분통이 터지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부모 중 한 명이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양한 이유로 부모가 모두 집을 지킬 수 없는 많은 가정에서는 답답함을 호소하기 전에 아이들의 일상을 돌보기 위해 노심초사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초등학교는 긴급돌봄교실을 운영하며 부모의 빈자리를 채우려 했지만,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 뿐 아직도 어리기만 한 많은 중, 고등학생들은 제대로 된 학습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가정에 방치되었다.

그렇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학교는 본질적인 가르침의 역할 못지않게 '보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었다는 사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치인은 '전일보육제'라는 화두를 던지며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의견에 매우 동의한다. 지금까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조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부모의 퇴근 전까지 학원을 뺑뺑이 돌았고, 여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어찌 보면 방치되고 있던 것이다. 경제적 격차에 따른 사교육 격차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은 기본적 인권인 돌봄에서조차 격차가 있었고, 그 격차가 아이들의 인성, 태도,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

이제 공교육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다. 시대가 변해도 계층 상승의 가장 기본적이며 안정적인 수단은 교육이다. 그래서 정권은 계속 바뀌어도 어느 정권이든지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만으로 대학 입시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그 방향성이 '교육'에 초점이 있었다면, 이제는 '보육'의 바탕 위에 '교육'이 구현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돌봄이 필요한 단 한 명의 학생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새로운 학교의 의무이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의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정원영 서울 방원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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