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재수사 결과를 마무리하고 과거 수사 과정에서 자행한 불법 행위 등 과오를 되짚으면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지난 2일 이춘재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53)씨와 그의 가족,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피해를 본 모든 시민에게도 사죄했다.

수사기관이 과거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다. 34년 만에 경찰을 대표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한 경기남부지방경찰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과거 경찰은 1986년~1991년 화성과 수원, 청주 등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윤씨를 비롯해 무고한 시민의 인생을 수렁에 빠뜨렸다.

3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던 시민이 1990년 3월 달려오는 열차에 뛰어들었고, 1991년 4월 10차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남성은 아파트 4층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7차 사건 용의자로 몰렸다가 아버지 무덤 근처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시민, 경찰 고문으로 후유증을 앓다가 스스로 생을 내려놓는 2차 피해가 속출했다. 그렇다 보니 이춘재뿐 아니라 경찰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뿐만 아니다. '억울함'을 주장하는 선량한 시민을 8차 사건 살인범으로 몰아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기도 했다. 이 사건은 현재 재심이 진행 중이며, 검찰도 억울하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평범한 인생이 망가지고, 단란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불법체포와 감금, 고문으로 이어진 수사기관의 가혹 행위가 초래한 결과다. 공권력에 의한 가혹 행위가 만연했다는 이유로, 시키는 대로 했다는 핑계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억만금을 준들 피해자들의 빼앗긴 청춘을 보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과거에 불법을 자행한 경찰관들은 아직도 피해자와 유족에게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있다. 무릎 꿇고 사죄해야 마땅한데도 말이다. 피해자들과 경찰 동료들을 두 번 욕보이는 일이다.

많은 이에게 아픈 상처를 남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재수사 결과를 인권을 곧추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경훈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