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e음은 주지하다시피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천의 지역화폐다. 그런데 인천e음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지역화폐 중에서도 압도적인 규모와 성과를 자랑하고 있는 것은 인천 서구가 도입한 서로e음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서로e음은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로부터 지역화폐 정책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고, 또 최근 학계에서는 그 현저한 정책성과를 평가받아 '민관협치-역내소비촉진형' 지역화폐로 분류되며 영국의 브리스톨 파운드, 독일의 키무가우어, 그리고 일본의 아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지역화폐 모델로까지 범주화되기 시작했다.

서로e음의 총 발행액(충전액)은 2020년 3월 기준으로 7340억원이고 그간의 발행비용(누적 캐시백 적립액)은 386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약 5.3% 정도이며, 서구 역내 연료판매점, 일반휴게음식, 보건위생 업종에서 가장 많이 결제되었다. 이와 같은 서로e음의 성과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서로e음은 서구 지역 부가가치세의 세수를 늘렸다. 즉 지역 소비를 늘려 지역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늘렸다는 의미다. 서구는 관내 대기업의 외부 경영환경 악화로 2019년 5월에 부가가치세 전년 대비 증가량의 최저치(-601억 원)를 기록했는데, 그런 악조건 하에서도 서로e음 도입 이후에는 그 수치가 지속적으로 증대하면서 작년 11월에는 67억원으로 급증했다. 또 서구의 지역경제 관련 예산이 1% 늘어날 때마다 부가가치세수는 2개월 뒤에 4.5%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지자체 예산집행의 효과가 크게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임을 고려하면 확연히 구별되는 서구만의 성과다.

둘째, 서로e음은 서구지역 고용을 크게 늘렸다. 서로e음이 주로 사용되어 왔던 '사업, 개인, 공공서비스업' 부문에서 그 고용이 2019년 하반기 기준으로 3.86%,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부문에서는 8.46% 늘어났다. 이들 업종에서의 2019년 하반기 기준으로 늘어난 고용자수는 3995명으로, 이들의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가정할 때, 서구에서는 서로e음으로 월 약 55억원에 이르는 새로운 소득을 발생시켜낸 것이다.

셋째, 서로e음은 서구 역내생산과 부가가치를 유발시켰다. 서로e음을 통한 역내소비 증대는 해당 업종에 그치지 않고 관련 여타 업종으로까지 생산과 부가가치 파급을 유발했는데, 2019년 5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서로e음은 주로 사용되는 업종에서 4290억원이 결제되었는데, 이는 5026억원의 역내 생산과 2360억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넷째, 서로e음은 인천 지역경제 최대의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던 역내소비 유출을 크게 줄였다. 사실, 지역의 소비(역내소득)의 역외 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지역화폐인데, 이와 관련해서 서구는 현저한 성과를 올렸다. 최근 시행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로e음 도입 이전에 서구 밖에서 소비했던 액수가 월평균 105만원이었던 것이 서로e음 도입 이후에는 약 41만원으로 크게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서로e음은 서구뿐만 아니라 지역 내 소비의 유출로 인해 피폐화되어 왔던 인천지역 전체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천 서구의 서로e음. 그 성과는 무엇보다도 구청장의 과감한 결단과 리더십, 부구청장이 주관한 지역화폐전략단 회의, 주무 부처의 열정적인 정책기획과 홍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지자체의 정책 노력이 높은 수준의 '민관 협치'를 토대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역화폐와 관련한 심의의결기구로서 민관운영위원회를 설치, 운영해왔고, 서구 지역의 소상공인 공동체 및 맘카페 등의 시민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공동 대응에 그 초점을 맞췄다.

세계적인 지역화폐 연구자이가 운동가인 니시베 마코토는 지역화폐는 본질적으로 '시민화폐'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인천 서구가 협치체제 구축을 통해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지역화폐를 정책적으로 지향했던 것, 바로 이것이 서로e음 성과의 모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