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할 만한 방안 “피해없고 지역발전” 제시하라

문제는 방식 … 찬반 주민 모두 '필요성' 공감
반대 주민 반감샀던 과정접고 소통부터 해야
정보공개·주민 참여 원점 재검토·지역발전 등 제안
수원시 지원대책만 구체적 …정부 보상안 제시해야
국제공항 통합 건설 “지역 발전” vs “끼워넣기” 팽팽
▲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국방부가 화성 화옹지구를 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한 2017년 2월 이후 당시, 각 지역 주민들이 찬·반 입장으로 엇갈린 현수막을 내걸었다. /인천일보DB
▲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으로 국방부가 화성 화옹지구를 군공항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한 2017년 2월 이후 당시, 각 지역 주민들이 찬·반 입장으로 엇갈린 현수막을 내걸었다. /인천일보DB

'군공항 이전 사업'과 찬·반 이해관계 주민들이 '극과 극 갈등'으로 본 일각의 우려와 달리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상생 협력의 의지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대화의 전제 등 주민들이 바라는 몇 가지 요구사항을 실행했을 때, 협조적인 태도로 전환할 수 있다는 등 해결 단서도 제공했다.
다만 몇 가지 사안은 이견이 뚜렷했고, 최근 떠오른 '국제공항 건설'은 잘 다듬으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거나, 필요성이 없다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서로 다를 뿐, 대부분 이해…문제는 '방식'

인천일보 좌담회 참여 주민들이 털어놓은 솔직한 심정에서 가장 돋보였던 부분은 '이해심'이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상대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군공항 직·간접 피해지역, 군공항 이전 연관지역에 사는 총 14명의 주민 중 다수는 주장할 때 공통적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 쪽의 입장도 덧붙였다.

예를 들어 피해지역에서 “이전사업이 화성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거나 이전 연관지역이 “피해지역을 위해 군공항을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지역 내 군공항 이전 갈등은 표면상 '싫고 좋은 사람들의 첨예한 다툼'으로만 비쳤다. 국방부가 2017년 화성 화옹지구 예비이전후보지 선정 뒤 3년째 나서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갈등 해결은 상호 존중과 이해로부터 시작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반대쪽의 한 주민은 여담으로 “어쨌든 이전은 꼭 해야 한다. 싸울 일이 아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주민을 갈라놓은 원인은 무엇일까. 좌담회 결과, 문제의 본질은 '이전 사업'이 아니라 '방식'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1951년부터 54년간 해상 농섬을 중심으로 한 미 공군의 폭격에 시달렸던 화성 매향리 주민들은 아직도 전투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심각하다.

이들은 옆 동네 화옹지구로 군공항 이전이 추진되면서 마을에 다시 전투기 소리가 들려올까 걱정하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이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음피해 없이 이전이 가능한지 등 결국 '안전성'이 관건이지만, 이 같은 소식은 수원시나 찬성 단체를 통해서만 접했으니 신빙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주민 의사참여 부분도 문제로 거론됐다. 국방부가 수원시로부터 군공항 이전을 건의받은 2014년 이후 지자체 의견은 수렴했어도 주민과의 소통은 부족했다는 내용이다.

군공항 이전을 원하는 피해지역 주민들도 “반대 주민들의 반감을 샀던 과정은 접고, 정부의 적극적인 제안과 주민 소통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방향을 제안했다.

 

#'주민 인정하는 과정'이 대안

주민들은 제각각 대안도 제시했다. 의견을 종합하면 ▲정부 등 관련기관의 투명한 정보공개 ▲주민참여 하의 원점 재검토 ▲지역발전 구상 ▲군공항 폐쇄 및 기능축소 등이다.

가령, 화성 화옹지구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한 국방부가 피해 유발이 없다는 점이나 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이 발전된다는 점 등을 납득시켜야 주민이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세계 각국이 추진하다 주민 갈등을 빚은 공항 건설 사업도 정부가 뒤늦게 연구자료 등으로 입증하는 과정을 밟은 경우가 있다.

현재 군공항 이전사업 내 지원 절차는 5111억원 이상 재원으로 매입·이주보상, 이주택지 조성, 문화·체육·관광·교육시설 등을 확충 및 건립하겠다는 수원시 발표만 구체적인 상태다.

국방부는 2016년 군공항 이전으로 경기도에 5조5751억원의 생산유발액 등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지원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한 주민은 좌담회에서 “정부가 다양한 보상안이라도 확실히 제시해야 피해 주민들이 받아들이든지 아니든지 결정할 것 아니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반대 측에서는 특히 기존 선정을 우선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주민참여 하에 가능한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야지, 화옹지구만 놓고 따지는 건 비합리적이라는 이유다.

한 주민은 “가능한 수를 모두 동원했는데 또 화성지역이 이전 최적지로 나온다, 그러면 또 받아들일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안산·평택 등 인접 지역으로의 유치희망 여론조사로 후보지를 물색하자거나, 평시·전시를 구분한 탄력적 운용, 점진적 폐쇄도 방법으로 제시됐다.

 

#절망, 분노도 존재

모든 대상이 현 상황을 침착하게 바라보는 것만은 아니었다. 일부 주민들은 '군공항 이전 본질'이라는 질문의 답부터 서로를 적대시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양 지역에 만연한 피해를 해소하는 정책”과 “피해를 화성 서부에 떠넘기려는 행위”라는 대립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서로의 주장을 '억지'라고 표현했고, 다소 분노 섞인 감정을 드러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 사업'인지, 수원시의 '지자체 사업'인지를 놓고도 공방이 있었다. 이런 형편도 역시 정부가 정보제공 및 설명에 나서지 않으면 끊임없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대안을 묻는 질문에 “이런 상황에 대안이 있냐”며 답한 주민들도 있었다. 워낙 복잡한 사안이라 양쪽의 합의점 등을 비관적으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획기적 대안” vs “끼워 넣기” 국제공항 건설론 팽팽

'국제공항 건설'에서도 다소 엇갈린 경향을 나타냈다.

우선 호의적 시각은 '지역발전'을 중심으로 이유를 피력했다. 국제공항이 교통편의성은 물론 철도 등 간접 인프라를 구축하기 때문에 지역이 크게 발전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군공항과 병행하는 방식이라 투자비용이 적고, 에코팜랜드·국제테마파크 등 화성시의 관광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나 군공항 이전 갈등이 채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쪽의 무리수로 괜한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팽팽히 맞섰다. 군공항 이전에 반감을 가진 주민들은 대체적으로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로 봤다.

특이한 건 군공항 이전을 찬성하는 수원 평동 쪽에서 국제공항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오히려 이전을 반대하는 화성 매향리 지역에서는 호의적(충분한 안정성 등 검증을 전제)인 시각이 있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또 다른 뜨거운 감자, 국제공항
군-국제공항 통합 건설시 비용 5% 절감

수원·화성·평택·안산·안양·과천 등 8개 지역 주민들은 '경기남부권역 국제공항 유치 도민연합회'를 구성, 정부에 계획반영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남부는 인구·산업·교통의 중심지이지만, 전라권(5개 보유) 등과 달리 공항이 하나도 없다는 이유다.

그 후보지는 군공항 이전 최적지로 꼽힌 화성 화옹지구가 언급되는데, 이는 통합 건설시 비용을 평균 대비 5%(5조원→2500억원)로 줄일 수 있고, 연간 324만여명(국제·국내 합계)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조사된 경기도시공사 용역결과 등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군공항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는 화성 주민들은 이전 추진 쪽의 ‘끼워 팔기’라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합의가 없으니 이치에 맞지 않을뿐더러, 아직 정부가 이와 관련해 입장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삼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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