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한민국을 '적'으로 규정한 데 이어 연락사무소 폭파, 대남확성기 재설치 등 군사 행동을 공식화한 가운데 호국 보훈의 달 6월이 다 가고 있다.

6·25 참전 용사들의 그 숭고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오늘의 세계일류 국가로 경제 성장을 이뤄낸 현실 앞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달이다. 젊은 세대들의 기억 속에 6·25 남침은 교과서 속의 전쟁 이야기로 흐릿하게 기억될 뿐. 세월이 흘러가는 만큼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세월이 흘렀다고 해서 역사를 잊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부가 지난 6일 대전현충원에서 열리는 '제65회 현충일 추념식' 참석자 명단에 연평도 포격 도발과 천안함 피격 관련 유가족·생존자들을 빠뜨려 거센 논란이 일자, '실수'였다며 뒤늦게 일부 유가족·생존자 대표를 초청하기도 했다. 보훈처의 '뒷북 초청'에도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해 수호 관련 유가족·생존자들이 애초 초청받지 못했던 게 정말 '실수'였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회장인 전준영씨는 5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지인으로부터 받은 '연평도, 천안함, 6·25 참전용사 유가족들은 추념식에 입장하지 못하게 됐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올렸다. 해당 메시지를 보낸 지인은 “코로나19로 희생된 사람도 현충원에 묻혔나 보다”라며 “대통령의 처사가 웃기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연평도 도발과 천안함 피격 사건 등 서해 수호 관련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지난해까지는 추념식에 참석했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지경이 된 것인가.

6·25전쟁으로 완전 폐허가 된 비참한 참극 속에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날을/ 맨 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날을(노래가사)' 절규하는 아우성과 몸부림이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엄연한 역사적인 사건임에도 잊고 사는 오늘의 현실을 보면서,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날 CNN뉴스에 방영된 가슴 뭉클한 사진 한 장이 떠오른다. 이 날 애틀란타에는 비가 내렸다. 야구장에 있는 돌아오지 못한 장병을 위한 '빈의자(POW)'옆에 ROTC 정복을 입은 흑인 학생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그 옆에는 야구 관중인 백인 중년 남성이 우산을 펴서 그 학생 머리 위에 씌워주고 있는 사진이었다. 자신은 비를 맞으면서 정복을 입은 ROTC 학생이 젖지 않도록 우산을 펴들고 있었다. 이 사진 한 장이 내재적인 미국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은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한 장병 뿐만아니라 전쟁포로와 실종된 군인들까지 잊지않고 챙긴다. 그들의 국가를 위한 봉사를 잊지말자고 경기장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빈의자(POW)'를 마련해 경외심을 표현한다. 이 모습은 흑인이나 백인이나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나라를 위한 마음은 한결같다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도 기억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놓고 살면서 학생들에게 그들의 헌신과 희생 때문에 이 나라가 보전되고 있다고 가르친다. 공항에서 탑승할 때, 임신부와 장애인 그리고 군인을 제일 먼저 탑승시킨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을 존경하는 미국의 모습과 군인을 홀대하는 한국의 모습이 겹쳐 떠올라 마음이 너무도 무겁고 안타깝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고 사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70년전 얼굴도 모르는 우리를 위해 기꺼이 달려와 주었던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아픔을 딛고 일어설 수 있었고, 당신들의 희생으로 말미암아 대한민국이 자유를 지킬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모두 잊어버리고 있다.

한국인에게 호국영령들은 그저 잊혀진 옛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건 애국자들을 영웅으로 기리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혼을 심어줘야 한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잊지않고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살아야한다.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싸운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억하고 예우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 재앙이 닥칠 때 누가 목숨 걸고 나라를 구하려 나서겠는가.

역사는 과정이다. 공포와 분노와 아픔의 기억은 결국 극복의 대상이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 한, 역사는 반복될 뿐이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나라의 자유를 위해 헌신한 호국 영웅의 희생을 잊지 말고 항상 마음에 새겨 영원히 기억하자.

 

기원서 전 송도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