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지갤러리 2인전 '프린스|피카소'

 

▲ 리처드 프린스, Untitled, 2011 [더페이지갤러리 제공]

 

▲ 파블로 피카소, 'Pichet a Decor Geometrique', 1953 [더페이지갤러리 제공]

 

미국 화가이자 사진가인 리처드 프린스(71)는 신문, 잡지 등 대중매체 광고나 다른 이의 SNS 사진을 가공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문제적 예술가이자 스타 작가다.

담배회사 말보로의 카우보이 광고 사진을 재촬영한 작품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모습의 '간호사' 그림으로도 유명하다.

재사진(Re-photography)이라는 용어를 만든 프린스는 기존 작품 소재 등을 끌어와 새로운 맥락에서 해석하는 전유 예술(appropriation art)의 대표 작가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화제를 모으며 고가에 거래되지만, 저작권 논쟁도 끊이지 않았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20세기 미술 최고 거장이다. 입체주의의 창시자로, 양식과 매체에 한계를 두지 않고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파격적인 시도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꾼 두 천재 예술가 리처드 프린스와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을 동시에 보는 2인전 '프린스|피카소'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막했다.

두 작가의 주요 활동 시기는 다르지만, 연결 고리가 있다.

거장들의 작품도 전유의 대상으로 삼은 프린스는 지난 2012년 스페인 피카소 말라가 미술관에서 피카소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당시 출품작 중 10점이 소개된다. 피카소의 화풍이 느껴지는 그림에 얼굴이나 팔 등 일부를 드로잉으로 결합한 콜라주 작품이다.

피카소 작품으로는 도자기 10점이 전시된다. 접시, 물병 등 다양한 형태 도자기 표면에는 새와 소부터 추상적인 문양까지 개성 있는 그림을 입혔다.

피카소는 60대에 접어든 이후 프랑스 남부 발로리스 지역에서 도자기 작품을 제작했다.

도자기 작업에 매료된 그는 가마에 굽는 과정에서 색을 조절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특성을 새로운 예술적 도전으로 여겼다.

1948년 발로리스로 가족과 함께 영구 이주한 피카소는 1971년 89세 나이에 마지막 도자기를 제작하기까지 약 4천점의 도자기 작품을 남겼다.

당시 피카소와 협업한 마두라 공방은 원작과 같은 모양으로 여러 점을 복제하는 에디션 작품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작은 에디션 작품 없이 모두 피카소가 직접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도자기들이다.

피카소 작품마저 차용하는 과감한 시도를 한 프린스의 콜라주, 말년까지 새로운 실험을 계속한 피카소의 도자기의 아이러니한 공존이 현대미술의 본질을 묻는다. 7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