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철 스크랩' 순환자원 인정
폐토석엔 ㎏당 처분부담금 물리자
중대형사 섞어 떠넘기기 속수무책

지난 16일 오전 10시 인천시 서구의 한 보전녹지 안 더스트(dust·철 스크랩(고철) 가공과정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업체. 사장 A씨는 굴착기와 집게 차로 자석 달린 컨베이어 벨트에 연결된 깔때기 모양의 통에 고철과 더스트를 연신 집어넣는다. 작업한 지 1시간 반, 마스크를 낀 A씨의 콧등에는 땀범벅인 시커먼 먼지 더께가 앉았다.

영세 소상(小商) A씨가 세를 내고 쓰는 땅은 지목상 밭(田)인 데다가 보전녹지다. 폐기물 처리시설을 둘 수 없는 곳이다. 고물 수집운반 소상 대부분이 신고(기준 사업장 면적 1000㎡ 이상)하지 않는 이유다. 인천의 소상 700여 곳 중 600여 곳이 무등록 업소다.

“쥐어짜듯 골라야 팔만한 고철은 겨우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A씨는 철 스크랩 공급업체 중 중상(中商)에서 더스트를 ㎏당 60원에 사 온다. 20t 트럭 1대당 120만 원꼴이다. 종업원 2명을 데리고 온종일 걸러내도 쓸 만한 고철은 전체의 47% 정도다. A씨가 20t 트럭 1대 분량의 더스트에서 건지는 고철은 9.4t다. 가격으로 치면 158만원(5월 기준 1㎏당 168원)이다.

남는 게 별로 없는 구조다. 나머지 53%는 폐기물(폐토석)로 돈 주고 버려야 해서다. A씨는 20t 트럭 1대당 50만 원을 주고 치운다.

“남들은 '처리업소를 접으면 될 게 아니냐'고 말합니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손가락을 빨아야 하는데…” A씨는 이 처리업소를 운영하다가 3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친형의 병원비를 대고 있다.

2018년 시행된 자원순환기본법이 영세 고물상을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이때 철 스크랩을 폐기물에서 순환자원으로 인정했다. 대신 폐토석을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업체에 폐기물처분부담금(1㎏당 매립 10원, 소각 25원)을 물린다. 철 스크랩을 다량 거래하는 중상이나 대상(大商)은 더 많은 폐기물처분부담금을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물질 함유량(KS 기준 2% 이하)이 많거나 제강사 납품과정서 퇴짜를 맞은 더스트를 '순환자원'의 이름으로 A씨 같은 영세 처리업체로 싼값에 밀어내고 있다. 걸러낸 고철을 사들이는 조건이다.

A씨는 4월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폐기물 중간처리업 허가 없이 더스트를 처리한 혐의다. A씨의 거래처인 대상 B사와 관계사인 중상 C사는 A씨의 폐토석을 3개월간 반입했다. B, C사 역시 A씨처럼 중간처리업 허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