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군 공항이 들어선 지 70여년이 넘었다. 공항은 어느샌가 도심 가운데 위치하게 되었고,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숫자도 그만큼 증가했다. 주민의식이 높아져 소음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을 요구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그 금액만 따져도 족히 수천억에 이른다. 2017년 2월 정부는 군 공항 이전을 결정하고 화성 화옹지구를 최적지로 평가했다.

일상적으로 소음피해를 겪고 사는 주민들은 이전이 마땅하다며 나름의 근거와 논리를 개발해 들이밀었다. 화옹지구 인근 주민들 또한 나름의 근거를 갖고 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쪽도 이전계획에 따른 정확한 정보를 알 수는 없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됐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일찍부터 양 지자체가 결정해 오라는 태도를 보였다. 매사에 정확한 정보라곤 없어서 엉뚱한 정보가 주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갈등의 골은 더욱 깊이 패었다.

본보는 군 공항 이전이 결정됐을 당시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취재에 나섰다. 피해 정도와 규모, 보상액과 범위, 양쪽 주민들의 입장과 갈등 양상에 대해서도 깊이 들여다봤다. 지난해에는 우리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던 국내 사례와 함께 영국의 공항실태를 취재했고, 갈등을 해소해 나간 과정에 대해서도 면밀한 관찰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보다 공항이 많고, 갈등 또한 격렬했으나 결정적으로 우리와 달랐던 딱 한 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결국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주간 사이 우리는 찬반 입장을 가리지 않고 수원과 화성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만났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시로 요청하고 경청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답을 찾으라는 결론이 다수 전문가의 답변이었다. 놀랍게도 주민들에게서도 같은 답변이 나왔다.

다만, 처음부터 다시 하라는 게 주민들의 요구다.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것을 근거로 양쪽 주민들이 만나 기탄없이 토론해 보자는 것이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성공했던 영국의 사례와 일맥상통하는 결론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손 치더라도 주민들 스스로 내리는 결론 이상의 답은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