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고속도로 건설 전 인천 계양구 효성동~경기도 부천 구간은 '국방도로'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도로 아래에 송유관이 지나고 있었는데, 인근 동네 사람들에게 노다지처럼 여겨졌다. 남자들은 나무 양동이로 만든 똥지게를 메고 여자들은 함지박을 머리에 인 채 모여들어 누군가 뚫어놓은 송유관 구멍으로 기름을 받아냈다.

그렇게 얻은 기름은 뒷간(화장실) 등에 감춰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썼다고 한다. 지금 같으면 절도범으로 쇠고랑을 차겠지만 당시는 서민들이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인천시가 펴낸 책 '오래된, 그래서 새로운'에 실린 내용이다.

1968년 12월21일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 경인고속도로가 인천~서울 간에 개설됐다. 이 도로가 생기면서 국도를 타면 1시간 이상 걸리던 인천~서울 간 이동시간이 18분으로 단축된다. 아울러 1974년 경인전철 개통과 함께 인천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베드타운 문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수도권 물류(物流)와 인류(人流)의 동맥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레 등장했다. 그런데 경인고속도로가 20년 뒤에는 원성의 대상이 된다. 차가 막혀 '기는 도로'를 왜 돈을 주면서까지 이용해야 되느냐는 불만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인천일보 1989년 8월14일자 1면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게재됐다. “경인고속도로 개설 이후 20년간 통행료 수입이 11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요금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초 공사비의 38배나 초과 수익을 달성해 이제 통행료를 폐지할 때라는 것이다. 교통량이 폭주해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것을 감안할 때 요금 철폐가 마땅하다.”

기사에 나오는 수치만 다를뿐 나머지는 인천 시민들의 현재 요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30년 전에 이미 만성적인 체증으로 경인고속도로가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에 대해 수도권 시민들이 못마땅하게 여겼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에 대한 시민 불만이 폭발 지경이다.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서인천나들목~인천 종점 간 일반도로화 사업으로 고속도로가 23.89㎞에서 13.44㎞로 크게 줄었음에도 한국도로공사는 여전히 통행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깎아주지도 않는다. 도로공사는 30년째 통행료 문제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배짱이 대단하다.

지난주 김교흥 민주당 의원(인천 서구갑)이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를 위한 '유료도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에는 통할 수 있을까.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