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집에 와인 냉장고를 두게 됐다. 부인의 대학 동기 셋이 돈을 모아 보낸 결혼 선물이다.

평소 와인과 가깝지 않았는데 와인 보관하는 냉장고는 더더욱 낯설어서 이 물건 값어치는 잘 모르겠다. 와인을 29병이나 넣을 수 있다고 하니 아마 적지 않은 금액을 들였을 거다.

부인 친구들이 보내온 와인 냉장고를 보며 조금 복잡한 마음이다. 친구 셋 중 두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불러온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사정을 잘 알고 있다. 대학 전공 살려 여행사에서 일하던 이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 최대 피해자들이다.

한 명은 올여름까지 무급휴가 중이고 다른 한 명은 두 달 전, 반강제적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취업을 준비 중인데 때가 때인지라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30대 중반에 엄습한 급여 하락과 실직 무게에도 부인 친구들은 힘을 합쳐 근사한 결혼 선물을 했다. 당장 벌이가 어려워져도 대내외적인 소비는 피할 수 없는 2030시대 이중고가 신혼집 와인 냉장고에 담겨 있는 듯싶다.

사실 요즘 주변에서 이런 사정 찾기 어렵지 않다. 인천지역 고용지표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흔들리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인천 취업자 수는 15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만4000명 줄었다.

인천은 60세 이상 인구를 제외하고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하락했다. 특히 30세에서 39세 취업자가 작년 5월 33만8000명에서 지난달 31만9000명으로 5.62%(1만9000명)나 떨어진 모습이다.

그나마 실업급여는 실직자들에게 버팀목이다. 고용노동부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인천지역 실업급여 수급자는 4만1693명이다. 인천에서 실업급여 받는 사람이 4만명을 넘어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19발 고용불안에 놓여 있는 사람들은 “대체 이 고통에서 언제 해방될 수 있나”를 가장 궁금해한다. 다들 마지노선을 “최소한 실업급여 끊기기 전”이라고 말한다.

기업 경영도 녹록지 않아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경제계에 누구 하나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시점이다.

 

김원진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