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 풍물시장, 2020년.

“장사하는 사람이 뭘 가리나, 손님들이 찾는 건 다 팔지.” 이 가게에서는 강화에서 나는 쌀만 파나요? 라는 질문에 윤봉자 할머니(79)는 답답하다는 듯 큰 소리로 답한다. 우문(愚問)이었는데 현답(賢答)으로 돌아왔다. 장사꾼은 손님이 찾는 걸 파는 게 당연하다. 그게 정직한 답이다.

윤봉자 할머니는 20년 넘는 시간을 강화풍물시장에서 보냈다. 엉덩이를 깔고 앉는 작은 쪽 의자 하나와 두 발을 디딜 작은 공간 말고는 빼곡히 물건으로 가득 차 있다. 좁은 그곳에서 그는 그렇게 오랜 시간을 정직과 성실을 밑천 삼아 장사하며 살아왔다. 고단한 일이었음에도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넘친다. 그렇게 자식들을 키웠고 그들은 대학 졸업하고 한 명은 공무원, 다른 한 명은 의사가 되었다. 자식 자랑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참 당당하시다.

정직함이 장사의 '노하우'라고 말하는 그는 강화풍물시장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자신 있게 간판으로 내건 '윤봉자 상회'를 운영한다. 석모도에서 나는 섬 쌀을 비롯해 엿기름, 참기름, 콩 등을 판매한다. 자식들을 잘 키웠으니 누구 말대로 호강하면서 편하게 살 나이인데도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 시간까지 이곳에서 장사를 계속할 거라고 말한다. 오래된 단골손님이 부탁했다며 택배로 보낼 물건을 박스에 담느라 손길이 바쁘지만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 속에서 삶을 지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직하지 않은 몇몇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스럽고 힘들어 했는지를 경험했다. 가게 안의 저울 눈금처럼 정직하게 살아온 강화풍물시장의 '봉자 씨'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정말 정직한가?

 

/포토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