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이 폭파되었다. 표면적 계기는 일부 탈북자가 주도하는 삐라 살포다. 얼마 전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지난 4월 지름 2m 크기의 드론에 삐라를 매달아 날려 평양에까지 보냈다”고 주장했다. 드론에는 무게 5~6㎏인 삐라 7000여장을 매달았다”고 말했다. 탈북자인 박상학은 한국전쟁 70년이 되는 6월25일 전후에 또 드론으로 삐라를 날려 보낼 계획을 밝힌 상태다. 박상학은 2014년 10월에도 임진각에서 삐라를 보내려다 파주 주민들의 반발로 성공하지 못해 김포로 장소를 옮겨 삐라를 보냈던 전력이 있다.

하지만 한 방송사는 드론으로 삐라를 날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적어도 시중에서 구입이 가능한 드론으로는 무게 때문에 삐라를 대량으로 매달기도 어렵고 연료 때문에 우리 땅에서 평양까지 장거리 운송도 어려우며, 또 평양까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원격 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낼 드론이라면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드론의 크기나 제작 기술도 상당한 수준이 필요하다.

나는 여기서 박상학이 실제로 드론으로 평양에 삐라를 뿌렸냐 아니냐를 가리려는 생각은 없다. 그 대신 나는 도대체 왜 삐라를 뿌리는지 그 논리가 무엇이고, 그 논리의 문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공교롭게도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2주년이 되고 2000년 6_15남북정상회담 20주년이 되는 시점에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이끄는 계기가 바로 이 삐라 살포이기 때문이다.

삐라를 뿌리는 측과 이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해외 인사들은 먼저 삐라 살포가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고 주장한다. 북한 주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정보는 남한의 실상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도 우리 TV 다 보고 우리 잘 사는 거 모르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남한에 내려온 탈북자가 일해서 번 돈을 북한에 남은 친지에게 중국을 거쳐 송금한 뒤 제대로 전달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까지 되는 상황이란다. 북한 주민에게 알리고자 하는 다른 정보는 이른바 북한 김정은 일가에 관련된 치부이다. 그러나 삐라에는 차마 상식적이라고 보이지 않는 삽화나 확인되지 않는 소설이 포함되어 있다. 또 이를 북한 사회에 전파시키기 위해 미 달러까지 미끼로 함께 보낸단다. 이것이 북한 주민의 알권리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 다음으로 삐라를 만들어서 뿌리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다. 삐라를 만들고 어떤 내용을 넣는 것이 헌법적 권리로 보장된다는 주장이다. 헌법 제21조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헌법 제21조4항에는 '언론 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삐라를 만들어서 뿌리는 사람의 표현의 자유도 좋지만 이러한 행위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면 그 누구라도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삐라를 뿌려서 북한이 자극을 받았고, 급기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으로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선포했다. 어렵게 이었던 청와대와 노동당 사이의 직통전화가 차단되었고 개성의 공동연락사무소가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평화의 기운이 퍼져나갔는데 이제 북한의 보복에 의해 선량한 우리 국민의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 신체나 생명에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엉뚱한 몇 사람의 저급한 표현의 자유와 알량한 북한 주민의 알권리 때문에 우리 국민의 헌법(제10조)적 권리인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침해받는다는 말이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한다. 정부는 헌법 제4조가 부여한 책임을 엄중히 느끼고 더욱 남북의 통일과 평화적 통일정책을 찾아내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평화통일의 역사를 되돌리고 국군과 접경지 주민의 안전과 국민 대다수의 행복추구권을 위협하는 삐라 살포 행위를 최대한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앞으로는 다시 삐라 살포를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삐라 살포에 따른 재산상_신체상 피해에 대한 구상권 청구장치까지도 마련해두어야 할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