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여행사 운영하며 유물 수집
'하우스 뮤지엄' 차리고 인문학 강의
예술조합 만들고 '아트마켓' 추진도
▲ 이원균 ㈔찾아가는 박물관 관장이 중국 명청시대 전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혼이 담긴 유물은 볼 때마다 생각이 자랍니다.”

이원균(58) ㈔찾아가는 박물관 관장은 “내가 유물을 가진 것이 아니라 유물이 나를 취한 것”이라며 고미술품을 수집하는 그의 관점을 소개했다. 30여년간 여행사를 운영한 이 관장은 숱하게 외국 출장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고미술품에 눈을 떴다. 그가 모은 유물은 고려 시대 꽹과리와 중국 전각(篆刻)의 시조로 불리는 정경(丁敬)의 옥(玉) 인장 등 1500여점.

이 관장은 집에 전시실을 갖춘 '하우스 뮤지엄'을 차리고 예약제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또 원하는 곳이 있으면 유물을 챙겨 들고 기꺼이 찾아가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그는 제주도에서 무인 박물관을 운영하다 1년 전 고향인 안양으로 올라와 찾아가는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관장은 “자신은 무지(無知)해서 오히려 행복했다”며 “작품 속에 담긴 가치에 조금씩 눈을 떠가면서 생각이 자라고 행복은 배가 되는 것을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의 철학은 관(觀), 심(心), 사(思), 감(感)이다. 보고, 느끼고, 마음을 담고, 생각하는 일이야말로 인생의 아름다움을 이끄는 요소라는 것이다.

“찾아가는 박물관은 아름다운 사람을 잇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장인의 숨결을 이어주는 전달자 역할을 하는 것이고요.”

이 관장은 이를 위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문화 예술인들의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중문화예술협동조합'을 꾸려 최근 법인 설립을 마쳤다. 예술조합이라는 그릇에 전시, 공연, 아카데미 등을 담아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것이다.예술인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마켓' 운영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요즘 전각에 푹 빠져있다.

“전각은 시(詩), 서(書), 화(畵)를 아우르고 있으며 그 속에는 오묘한 이치가 담겨있습니다.”

이 관장은 중국 명청(明淸) 시대 전각의 계보를 잇는 정경 작품 3점, 황역(黃易) 작품 2점, 등석여(鄧石如) 작품 2점, 오창석(吳昌碩) 작품 1점 등 희귀 전각을 소장하고 있다.

“유럽은 문장(紋章), 서양은 사인, 동양은 인장이 권표와 신표의 상징입니다. 시·서·화·각 종합 예술인 전각은 장인들의 혼이 담겨있어 보면 볼수록 그 신비감이 놀라울 뿐입니다.”

이 관장은 “안양이 문화의 허브 역할을 하는 그 날을 위해 작은 투자를 하는 것으로, 이런 작품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찾아가는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안양=이복한 기자 khan493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