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강행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의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져 홍콩 내 민주파 진영에 대한 전면적인 탄압이 이뤄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홍콩 언론이 전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심의에 들어간 홍콩보안법 초안은 지난달 28일 전인대에서 통과된 초안과 비교할 때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지난달 전인대에서 통과된 홍콩보안법 초안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해 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전날 전인대가 심의한 홍콩보안법 초안에서는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이라는 문구 대신 '외국 세력과 결탁'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는 홍콩 문제에 간섭해온 미국, 영국 등 외국 정부나 단체뿐 아니라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 국제사회의 연대와 지지를 호소해온 홍콩 내 민주화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의회에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홍콩인권법) 제정을 촉구한 조슈아 웡(黃之鋒)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홍콩 변호사인 로니 통은 "이제 창끝은 홍콩 내 인사나 단체를 겨냥했다고 할 수 있다"며 "외국 세력과 홍콩 문제를 협의한 것뿐 아니라 외국과 공통의 이념을 공유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슈아 웡은 "중국 중앙정부의 의도는 홍콩과 국제사회의 연대를 끊으려는 데 있다"며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홍콩의 자유와 인권을 촉구해온 모든 사람을 처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 야당인 공민당의 데니스 궉 의원은 "우리는 외국 총영사, 의원, 관료, 학자, 언론인 등과 자주 접촉하고 홍콩 문제 등을 논의해 왔는데, 이러한 활동마저 '외국 세력과 결탁'이 된다면 이는 홍콩 같은 글로벌 도시에서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날 전인대 상무위가 논의한 홍콩보안법 초안에는 '중국 중앙정부가 특별한 경우에 사법권을 행사할 권리를 보유한다'는 규정이 담겼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홍콩 내에서는 중국에 '미운털'이 박힌 반중 인사나 민주화 운동가가 중국 본토로 끌려가 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 규정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0일까지 홍콩보안법 등을 심의하며, 만약 이번 회의 때 홍콩보안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다음 달 임시 회의를 열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후 홍콩 정부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 부칙에 이를 삽입하면 홍콩보안법은 정식으로 시행된다.

홍콩의 한 친중파 인사는 "중국 중앙정부는 오는 9월 입법회 선거에 홍콩보안법 제정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8월에 열리는 전인대 상무위 회의까지 기다리지 않고 그 이전에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홍콩보안법이 이달 안에 통과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내놨다.

글로벌타임스는 홍콩보안법이 신속입법 절차를 밟아 이달 말 제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 문제 전문가인 톈페이룽(田飛龍) 베이징항공우주대학 교수는 홍콩보안법 초안이 이번 심의에 이어 한두차례 더 심의를 거친 다음에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법안은 3차례 심의를 거치지만 전인대 내부에서 이견이 거의 없는 법안은 심의가 2차례로 줄어들 수 있으며 단일 이슈를 다룬 법안은 1차례 심의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러 홍콩 전문가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이달 말에 1차례 회의를 더 열어 초안에 대해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