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17일 오후 인천YMCA에서 개최된 제163차 생명평화포럼에서 '한국전쟁 70년, 전쟁의 기억·기억의 전쟁' 강연을 하고 있다.

 

올해는 6.25 전쟁이 발발한 지 70주년이다. 이 전쟁에서 400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고, 전 국토는 잿더미로 변했다.

그 속에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 수출규모는 세계 6위, 국내총생산은 10위로 올라섰다.

전쟁이 끝난 지 7년 만에 '4•19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회복했고, 이후 57년 뒤에는 촛불 시민혁명으로 정권을 바꿔 놓았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17일 오후 인천을 찾아 '전쟁의 기억, 기억의 전쟁' 강연을 가졌다. 이날 강연은 생명평화포럼(상임대표·정세일)이 '2020년 인천시 평화도시조성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6.25 전쟁 70주년'을 짚어보기 위해 준비했다.

한 교수는 민간의 전쟁에 대한 기억을 '피난, 폭격, 학살, 굶주림, 가난과 기아'와 '남편과 아들을 잃어버린 여성들의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규정한다.

그는 “전쟁을 기념하는 곳에 평화는 없다”면서 “그 속에 묻힌 아픔과 진실을 마주할 때 우리가 걸어야 할 평화의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또 “6.25 전쟁이 미국 등 강대국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지만, 미국은 사라진 채 장소만 기억돼 한국전쟁으로 이름 붙여졌다“면서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전쟁이 터지자 당시 일본 수상이었던 요시다 시게루는 만세 삼창을 외치며 '이제 일본은 살았다, 한국전쟁은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이라고 환호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6.25를 지렛대 삼아 전후 경제 재건에 성공한 일본은 이후에도 우익 일부에서 '한국이 북한과 전쟁을 하면 일본의 경기가 회복된다'고 공공연히 떠벌리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우리 민족은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엄청난 트라우마와 아픔을 겪었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