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날로 수가 증가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하늘을 나는 수많은 새 중에 생존을 위해 물속 깊이 곤두박질치는 녀석들이 있다. 물고기를 주로 먹는 잠수성 오리인 비오리, 흰죽지와 논병아리, 가마우지류는 먹이 사냥을 위해위험을 무릅쓰고 깊은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하고 물갈퀴 덕에 제법 빨리 헤엄도 친다. 일반적으로 새들은 엉덩이 끝에 있는 미지선(기름샘)에서 나온 기름을 깃털에 꼼꼼히 발라 방수층을 만드는데 이 때문에 부력이 강해서 깊은 곳까지 잠수하지 못한다. 이와 달리 가마우지 종류는 더 큰 물고기를 잡으려고 더 깊이 잠수하기 위하여 깃털에 기름을 덜 발라 물에 젖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잠수로 온 몸이 젖어버리면 체온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날개를 좍 펴고 깃털을 말리는 재미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남미의 유명한 섬인 갈라파고스에는 날개가 조그맣게 퇴화하여 비행능력을 상실한 갈라파고스가마우지가 있는데 찰스 다윈이 이 새를 보고 의문점을 생각했고, 주변의 여러 섬에서 채집한 핀치류의 부리를 분류하면서 진화론의 이론을 발전시켰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런 가마우지의 물고기 사냥능력을 이용하는 전통어업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삼키지 못할 정도로 목에 줄을 살짝 묶고 다리에 긴 줄을 묶어서 어부가 배를 몰고 물고기가 많은 곳으로 나간다. 열심히 물고기를 잡아도 배가 고픈 가마우지는 계속해서 물고기를 잡게 된다. 수확한 물고기 중 몇 마리만 가마우지의 몫이고 나머지는 어부가 갖게 된다. 노동력의 착취와 동물학대라는 시각도 있지만 꿀벌이 생산한 꿀을 이용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가마우지류는 지구상에 총 42종이 기록되어 있고 우리나라에는 민물가마우지, 가마우지, 쇠가마우지, 붉은뺨가마우지 4종이 기록되어 있다. 이 4종 중에 쇠가마우지는 백령도와 소청도 등지에서 번식하는데 그 수가 적으며 붉은뺨가마우지는 북한지역에 기록되어 있는 종이다. 인천의 해안지역이나 하천 등의 물길을 따라 날아다니는 커다란 검은 새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새가 바로 민물가마우지이다. 몸길이 80cm 정도 되며 몸 전체가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다. 겨울에는 부리 주위, 뺨, 턱 밑으로 노란 피부가 드러나고, 허리 양쪽에 크고 흰 얼룩무늬가 생긴다. 춘천 의암호, 수원 서호, 안동호, 팔당 족자섬 등지에서 나무에 둥지를 트고 3~6개의 알을 낳아 번식하는데 인천에서는 남동유수지 내에 인공섬에서 저어새와 함께 생활한다.

최근 환경변화와 도시화 등으로 많은 새가 감소하는 실정이지만 민물가마우지는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매년 1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실시하는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결과 1999년에 269마리에 불과하던 민물가마우지가 2015년에는 9280마리를 기록했고 올해에는 1만723마리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날아온 개체 중에 지구 온난화에 의해 강과 하천이 결빙하는 기간이 짧아져서 더 남쪽으로 이동할 개체들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집단이 증가한 것인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충북 괴산군의 번식지에서 전파발신기를 부착하여 이동경로를 추적한 결과 다른 나라로 이동하지 않고 군산, 부안, 순천, 서천, 보령, 당진, 수원, 화성 등지로 흩어져서 월동했는데 북한의 연안군까지 이동한 개체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제한적이고 힘든 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동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새들이 무척이나 부럽기만 하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