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속박 벗어나 민족동맹 길에 서야 파경 막아
▲ 破(파)는 돌도끼(石)로 호랑이(虎생략형)를 잡아 손(又)으로 가죽을 벗기는 것. /그림=소헌

 

 

1998년 6월16일 정주영은 소 떼 500마리를 트럭 50대에 나누어 싣고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하였다. 분단 이후 민간 합의를 거쳐 군사구역인 판문점을 통한 최초의 방북訪北 사례다. 당시 이를 가리켜 ‘20세기 최후의 전위예술’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2년 뒤 6월15일 평양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통일은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것을 근본으로 하였다.

그로부터 다시 18년 후 2018년 4월27일에는 문재인과 김정은 두 정상頂上은 ‘판문점선언’을 통하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고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또한 전쟁위험을 해소하기 위하여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함으로써 한강토에서 평화협정을 이룰 것을 약속했다.

추남파경(醜男破鏡) 제 얼굴 못나서 거울만 깬다. 못생긴 자기 얼굴은 생각하지 못하고 마치 거울 탓인 양 거울만 깨뜨린다는 4자속담이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엉뚱한 데 화풀이하면서 아까운 물건만 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을 비유한다. 깨진 거울은 되돌리기 어렵다.

 

 

파 [깨뜨리다 / 부수다 / 일을 망치다]

 

①皮(가죽 피)는 호랑이 가죽(虎호.생략형)을 손(又우)으로 벗기는 모습이다. ②破(깨뜨릴 파)는 돌도끼(石석)로 호랑이(_)를 잡아 손(又)으로 살살 가죽(皮피)을 벗기는 것이다. ③처음에는 가죽을 째고 가르는 뜻이었는데 점차 ‘부수고’, ‘깨뜨리는’ 쪽으로 의미가 확대되었다.

 

경 [거울 / 비추다]

 

①竟(경)은 노래방에만 가면 자기 혼자만 노래(音음)를 부르던 사람(_인)이 마침내(竟경) 끝냈다(竟경)는 뜻이다. ②누르스름한 청동(金)의 한쪽 면을 갈고닦다 보니 마침내(竟) 거울(鏡경)이 된 글자인데, 일반적으로 ‘거울’은 鑑(감)을 쓴다.

 

鑑/鑒 감 [거울 / 본보기 / 안목]

 

_①臣(신)은 잡혀 온 포로가 무릎 꿇고 머리를 숙인 채 치켜뜬 눈(目)이다. 포로 중에서 충성을 맹세한 자를 가려서 썼는데 ‘신하’라는 뜻이 되었다. ②監(살필 감)은 죄수들을 그물(皿) 같은 감옥에 잡아넣은 후에 관리들(臣+人)로 하여금 살펴보게(_) 하는 것이다. ‘감옥’이라는 뜻은 여기에서 나왔다. ③監(볼 감)은 눈을 뜨고(臣신) 대야(_皿명)에 비친 자신(人)의 얼굴을 바라보는(_)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하지만 ‘대야’에 담긴 물을 쳐다보려니 머리카락이 늘어져 치장하기가 어려웠는데, _청동거울이 출현함으로써 한껏 더 호사스럽게 가꿀 수 있게 되었다. 鑑(감)은 신하(臣)가 시중들며 보여주는 귀족의 거울인 반면에 鏡(경)은 민중의 거울이다.

 

 

 

‘6·15공동선언’ 20년이 지난 다음날인 그저께 급기야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되는 비극을 맞았다. 남북화해에 역행하는 상징이 될까 안타깝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남측이 미제의 속박에서 벗어나 민족동맹의 길에 서야 파경破鏡을 막을 수 있다. 재앙이나 복이 오는 문은 따로 없다. 오로지 사람이 스스로 불러오는 것이다. (禍福無門惟人自招 화복무문유인자초).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