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첫발…1997년 '봉사상' 수상
투병하며 이사…병 호전돼 활동 재개
현재까지 공식 인증만 1만4300시간
최근에는 마스크 제작·기부에 열심

 

“학창시절에 나이팅게일 등 독서를 통해 위인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는 과정에서 '나도 그렇게(봉사의 삶)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성인이 된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시흥시 정왕동에 거주하며 민들레봉사단과 옥구천사회를 이끄는 윤기분(62·사진) 회장의 볼런티어(봉사자) 삶을 살게 된 이유다.

윤 회장이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곳은 인천에서부터다.

“지금은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로 바뀐 인천 평화의료생협으로, 제가 그곳 봉사자 1호로 3~4년 동안 열심히 봉사한 기억이 납니다. 그 공로가 인정돼 1997년 최기선 인천시장으로부터 봉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윤 회장은 결혼 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혼인 후 남편과 시부모가 조금은 불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결혼하니까 나 혼자가 아니고 남편과 시부모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생각지도 않은 상황이 전개됐다”며 “봉사라는 일이 시간이 딱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불규칙하다 보니 집안일이 다소 소홀해져 남편이 약간 싫어했다. 아마 얘들 아버지도 부모와 함께 사는 입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부군(夫君)의 처지를 이해하고 이를 해소할 생각으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최기선 인천시장으로부터 상을 받았을 때 부상으로 시계를 주는 거예요. 그런데 내가 여자니까 당연히 여성용 시계였어요. 그런데 내가 인천시 관계자에게 요청해 남성용 시계로 교체해 '(이 상은) 남편에게 주는 상'이라고 하며 기념시계를 남편에게 줬어요.”

윤 회장은 이후 소화기관(대장)과 관련된 희소병으로 7~8년간 투병생활을 해 잠시 봉사활동을 접었고 그사이에 집도 시흥시로 이주했다.

“희소병과 싸우면서 마음은 늘 봉사활동에 대한 미련을 벌지 못했어요. 마침 시흥시 정왕 지역으로 이사 오면서 병도 호전돼 다시 관심을 가졌습니다.”

윤 회장이 시흥시에서 봉사활동을 다시 한 것은 2007년 지금의 오이도 공원 한쪽에 살던 독거노인에게 도움을 주면서부터란다.

그러나 독거노인의 실체를 알고-실상은 독거노인 아니었다고-실망한 후 봉사단체와 연계한 활동으로 변화를 주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윤 회장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봉사시간은 1만4300여 시간이다.

봉사활동 없이는 삶 자체가 영위가 안 될 정도로 봉사에 열정을 보이는 윤 회장에게 '코로나19로 봉사활동을 못 해 어떡하느냐'고 물었다.

“봉사는 코로나도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그에 맞는 활동 방법을 찾아야 하지요. 그래서 요즘은 어르신들이나 어려운 이웃들에게 필요한 마스크 제작 및 기부에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윤 회장은 이 밖에 옥구공원 숲속 도서관과 유아 수유 쉼터 운영 및 관리, 인천시 남동구와 안산시 등 인근 도시 주문 마스크 제작해주기, 지역의 복지관에서 반찬과 밥 봉사하기, 경로당 방문해 어르신들 안마와 말벗 해주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 과정에서 승용차를 운행하면서 속도위반 범칙금 때문에 부군으로부터 승용차를 압류(?)당한 적도 있다는 비화(?)를 털어놓기도 했다.

“봉사활동은 발로 뛰며 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이동수단이 있어야 해요. 바로 승용차가 필수인데 이게 또 말썽입니다. 바쁘니까 속도 내고 그러면 속도위반 범칙금 날아오고. 그거 때문에 남편에게 혼도 많이 났지만 중단할 수 없었어요.”

윤기분 회장은 “배운 것이 이것밖에 없으니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옥구공원 유아 수유 쉼터와 숲속 도서관(사진 촬영한 곳)에서의 인터뷰를 마쳤다.

/글·사진 시흥=김신섭 기자 ss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