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원격진료'를 본격적인 논의의 장으로 올려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3주년 연설에서 의료 분야 비대면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시민들은 대체로 원격진료에 대해 긍정적이다. 감기 등 가벼운 증세인 경우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시스템을 이용해 가정에서 진료와 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병원을 찾아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 등 주민들의 병원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 지역은 더욱 필요성을 느낀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병원에서의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다중이용시설인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미국, 중국, 유럽, 남미 등은 원격진료가 일반화됐다. 중국은 2014년 원격진료를 도입했으며, 일본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원격진료를 확대했다. 프랑스는 증세가 심각하지 않으면 원격진료를 우선 권고하며, 미국은 진료 6건 중 1건이 원격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보다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사단체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대면 진료를 해도 정확한 환자상태 파악이 힘든데, 원격진료하면 검진오류가 나올 수 있을 정도가 완전히 다르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점을 벗어났다. 원격진료 대상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증상'이다.

원격진료를 의사들의 밥그릇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10여년 전부터 원격진료 도입이 가끔씩 제기돼 왔지만, 의사단체가 반대의 쐐기를 박는 바람에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견해가 동일한 것만은 아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코로나 여파로 원격진료가 유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의사협회 등으로부터 거친 말을 들으면서도 비대면 진료 필요성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원격진료 찬성론자다. 그는 “정부가 최근 말을 꺼내놓고 의사들 반대가 심하니까 눈치를 본다”면서 “의사와 국민 의견을 들어 공감대를 세우는 것이 정부 역할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익집단 눈치본 것이 하루이틀이겠는가. 정부는 의료체계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민보다는 의사단체를 의식하는 행태를 되풀이해 왔다. 그나마 균형 잡힌 태도를 보였던 것은 의사단체와 약사단체가 밥그릇을 놓고 싸울 때였다. 양쪽의 눈치를 두루 살펴야 했으니까.

정부에 묻고 싶다. 언제까지 이익집단에게 휘둘릴 것인가.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