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참전 콜롬비아군 163명 목숨 잃었지만 잊혀져
참전용사 외조부 영향으로 인천에 둥지 튼 풀리도씨, 한국 생활 7년 만에 기념비 찾아
▲ 콜롬비아 참전용사였던 카를로스 호세 풀리도(90)씨가 한국전쟁 당시 촬영했던 사진. 병상에서 치료를 받던 모습도 담겨 있다. 카를로스씨가 한국 파병을 자원했을 때 나이는 22세였다. /사진제공=카롤로스 호세 풀리도
▲ 16일 인천 서구 경명공원 콜롬비아 참전기념비 앞에서 펠리페 게레로 풀리도(34)씨가 외할아버지이자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카를로스 호세 풀리도(90)씨의 최근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카를로스씨는 1952년 콜롬비아에서 배를 타고 인천항을 통해, 펠리페씨는 2013년 유학차 비행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카리브 바다의 정기를 타고난 콜롬비아의 용사들, 611명의 고귀한 생명이 피를 흘렸다.'

16일 오전 펠리페 게레로 풀리도(34)가 인천 서구 경명공원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 문구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펠리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카를로스 호세 풀리도(90)의 외손자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직장을 다닌 7년 동안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 존재를 몰랐다”며 “콜롬비아에 계신 외할아버지도 70년 전 발을 디뎠던 인천에 참전기념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격하셨다”고 말했다.

콜롬비아군 참전기념비는 1975년 9월24일 세워졌다. 원래 위치는 서구 가정동이었다. 지금의 인천도시철도 2호선 가정중앙시장역 인근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참전했던 콜롬비아군을 기리며 '콜롬비아 공원'도 조성돼 있었지만, 루원시티 개발로 자취를 감췄다. 참전기념비는 2018년 7월 경명공원으로 옮겨졌다.

콜롬비아는 한국전쟁 당시 전투병을 보낸 16개 국 유엔군의 일원이었다. 콜롬비아군은 163명이 목숨을 잃고, 69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도 448명이나 됐다. 카를로스도 “최전방에서 감염병으로 후송돼 서울에서 치료받다가 상태가 나빠져 일본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수기에 썼다.

국가보훈처는 2008년 발간한 '6·25전쟁 콜롬비아군 참전사'에서 “콜롬비아 대대는 지상군으로서는 한국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부대였으며, 1951년 금성전투에서 금성을 탈환했고 인제전투, 연천 불모고지 전투 등 다수 전장에 참가해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며 “사상자 대부분은 중공군 인해전술을 막다가 한반도의 추운 겨울 속에서 쓰러져 갔다”고 설명했다.

1951년부터 4년여간 총 5100여명이 전선에 뛰어들었던 콜롬비아군의 존재감은 흐릿해지고 있다. 펠리페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사실을 아는 콜롬비아인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목소리를 통해 전쟁을 성찰하는 소설 <맘브루>를 썼던 콜롬비아 작가 모레노 두란은 “스물다섯 살이나 서른 살가량 된 콜롬비아 사람에게 한국전쟁은 교과서에도 등장하지 않는 이국적인 것”이라며 “전쟁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백발의 참전용사는 기억의 끈을 놓지 않는다. 전쟁 당시 1년 동안 한국에 머물렀던 카를로스는 지금도 '인천' 두 글자를 생생히 떠올린다. 외손자인 펠리페도 기억이 맺어준 인연으로 인천에 터를 잡았다. 펠리페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에 오기까진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며 “낯설었던 음식과 언어에 적응하는 데 한국인 친구들이 도움을 줬다. 이제 한국에 콜롬비아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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