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는 5월2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방자치법은 1949년 8월15일 제정된 이래 59번이나 개정되었다. 특히 1988년부터 현재까지 52번이나 개정되었다. 매년 1번 또는 2번씩 개정된 셈이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지방자치법개정안은 2019년 3월29일 정부가 20대 국회에 제출해 임기만료로 폐기된 법률안의 재탕이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위해 개정을 요구한 필수적인 내용은 빠져 있고, 하나마나한 내용만 잡다하게 열거되어 있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법이다.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 지방자치는 다양성과 자율성을 요구한다. 정답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지역발전과 주민행복에 관한 지역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 중앙정부는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다. 정답이 없는 사회에서는 지방마다 혁신을 통해 정답을 찾도록 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주택정책이나 교육정책처럼 국가가 획일적인 정책을 지방에게 강요해 잘못되는 경우에는 전국민이 고통을 받는다. 이에 지방마다 다양한 정책을 선택하고 책임을 지도록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법의 개정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담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국민에게 약속하고 국정의 주요과제로 삼아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가 2018년 3월에 국회에 제안한 헌법개정안은 지방정부의 입법자율권을 현행 헌법보다 더 약화시킴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이번에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지방자치법의 조문숫자를 대폭 늘였다.

현행 175개 조문을 208개로 확대하려고 한다. 1949년 제정 당시에 156개조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분량이다. 조문이 늘어날수록 지방의 자율성이 확대된 것이 아니라 지방에 대한 규제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역대 지방자치법 개정은 지방분권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였다.

이번에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반드시 개정해야 할 내용은 빠져 있고, 지방의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타율성을 강요하는 규정이나 개정 등 하나마나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지방분권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외면하고 지방정부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는 개정안들이 많다. 특히 그동안 학회와 시민사회에서 요구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 삭제를 통한 자치입법권의 확대는 의도적으로 등한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22조(개정안 제29조) 단서는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 벌칙에 관한 조례는 법률의 위임이 없는 한 제정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이는 국가가 지방에게 법률로 시키는 것만 하라는 의미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반자치적인 규정이다. 1949년에 제정된 지방자치법에도 없던 규정이다. 당시 지방자치법 제7조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내에서 그 사무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지방자치단체에게 광범위한 입법자율성을 부여했다.

권위주의적인 정부였던 이승만 정권하에서 1956년 2월10일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 현행의 단서조항이 추가되어 아직도 개정되지 않고 있다. 당시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비민주주인 지방자치법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개정해야 할 곳이 하도 많은 현행 지방자치법 중에서 하필 개정하지 아니해도 좋을 규정만 골라서 개정하고자 하는지 이해하기 심히 곤란하다.”(동아일보 1956년 1월6일자)

행안부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64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기가 심히 곤란하다.”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민주적인 정부로 바뀌어도, 내무부가 행정자치부를 거쳐 행정안전부로 바뀌어도, 지방자치법은 개정될수록 지방의 자율성은 줄고 타율적 규제는 늘어나고 있다. 다양성은 실종되고 획일성이 늘어나고 있다.

체계도 맞지 않고, 내용적으로도 퇴행적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전면적으로 보완해서 새로 작성해야 한다. 절대다수인 여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면 지방자치법은 '지방타치법(地方他治法)'으로 전락될 것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