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숨을 불어 넣는 것, 그것이 재생이다

 

-도시재생,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프라 채우는 것 아닌 낙후지역에 새것 입히는 것

현재의 재생사업 고민·조사 없이 획일화되고

지자체장 임기 맞춘 성과주의로 지역갈등 야기

 

주민 스스로 터전 문제점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

개인자산 증식 시킬 수 있다는 재개발의 인식보다

공공성에 초점 맞춘 커뮤니티 형성에 의미를

 

 

 

-코로나 이후의 도시와 주거는

 

삶의 공간보다 부동산에 가치 둔 아파트

인구 급감으로 대규모 건설사업 훗날 슬럼화 가능성

단지 안에서 바람직한 모습 이끌 수 있을지 논의돼야

 

 

 

 

'우리는 시내 한복판의 공원에서 쉬어야 하고, 번화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하며, 집과 가까운 공간에서 이웃과 만나야 한다.'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건축사무소 비그라운드 아키텍츠의 윤경숙·차주협 공동대표는 건축설계와 도시연구를 바탕으로 삶의 터전을 재해석하고 있다. 오래돼 낡은 만큼 사람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구도심을 옛 것과 새 것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형 구도심으로 만드는 것이 이들이 지향하는 도시재생이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비그라운드 아키텍츠 사무실에서 윤경숙, 차주협 건축가를 만나 지역 도시재생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도시재생을 위한 연구나 공간설계의 밑그림은 어떻게 그리나

윤>>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과연 어떤 도시가 됐으면 좋겠나를 놓고 상상을 합니다. 우리 지역에 어떤 공간, 어떤 시설이 조성됐을 때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요. 도시재생은 마을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마을 안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고민할 때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에서 오래 산 주민들과 지역상인, 지역활동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도시에 대한 생각과 상상을 나누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차>> 도시재생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마을의 불편한 점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쇠퇴하고 낡은 마을을 새 것으로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낙후된 그 곳에 새 것을 더하는 것입니다. 옛 것과 새 것이 어우러지도록 하는데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형성되려면 마을 안 커뮤니티에서 마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함께 변화를 상상해야 합니다.

 

▲비그라운드 아키텍츠가 하고 있는 도시공상은 무엇인가

윤>> 도시공상은 도시의 이야기를 공론화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도시에 새로운 대안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지요. 건축가들이 어려운 말로 미래의 도시에 대해 떠드는 것보다 직접적으로 주민들이 내가 사는 동네가 이렇게 변화하면 삶이 이렇게 달라지겠구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상상이 동네 풍경을 당장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도시공상가가 되어 만남과 논의를 이어간다면 도시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더 좋은 방향의 도시재생 모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차>> 문제 해결은 문제점에 대한 인식과 파악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사는 동네가 너무나 익숙해지면 길이 좁으면 좁은 대로, 도로가 없으면 없는대로 살게 됩니다.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삶의 터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것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도시공상의 목표입니다. 안양 구도심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의 구도심을 상상해본 첫 시도가 도시공상의 첫번째 기획이었습니다. 올해는 도시공상 두번째 시리즈로 아파트에 대한 상상을 해보려고 합니다.

 

▲아파트를 도시공상의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차>> 코로나19 사태로 아파트에 밀집해 사는 우리나라 주거문화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아파트로 돈을 벌게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 관심을 갖고 있지요. 그러나 아파트를 부동산 재화가 아닌 삶의 공간으로 볼때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게 됩니다. 높은 사업비를 들여 아파트만 주구장창 짓고 있는데 앞으로의 주거문화가 어떻게 바뀔지 생각해봐야 하지요.

윤>> 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아파트가 노후화되면 공동주택 단지는 슬럼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어떻게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바람직한 도시의 모습을 만들 수 있을지 논의를 시작해야지요. 부동산 시장의 논리가 아니라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아파트에 접근해 보려고 합니다.

 

▲현재 지역 도시재생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윤>> 도시에 대한 적합한 고민이나 조사 없이 전국에 있는 도시가 같은 형태로 재생사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은 획일화되어서는 안됩니다. 나름의 역사와 사연을 가지고 있는 구도심의 지역주민들이 주축이 돼 마을을 기록하고, 구도심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을 설정하고, 상상력을 발휘해 대안을 마련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모습을 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싹 밀어버리고 새로운 도시를 조성하게 되면 끼리끼리 문화가 만들어지고 구도심 주민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차>>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이 좋아지겠구나 하는 생각보다 내 재산을 어떻게 증식시킬 지에만 관심을 갖다보면 도시재생의 방향이 산으로 가게 됩니다. 도시재생에는 보통 10년 정도가 걸린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자체장의 임기랑 도시재생 정책이 맞아 떨어져야 하다보니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 놓고 3년 안에 성과를 내라고 하면 어렵잖아요. 마을을 특화하려면 마을의 특징을 살려 브랜드화를 해야 하는데 지자체의 인사 요인에 따라 도시재생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이지요.

 

▲도시재생의 바람직한 방향은

윤>>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재개발 의미가 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을공동체가 개발과 함께 가야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지자체에 도시재생과가 생기고 마을 커뮤니티를 만들어 육성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요. 중요한 것은 마을커뮤니티를 관이 끌고 가면서 보여주기식으로 이끌고 가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지역주민들이 주축이 되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환경이 어떻게 개선돼야 하는지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차>> 마을 커뮤니티가 주축이 돼 도시재생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고 각 지역마다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지역 도시재생의 인지도가 낮은 이유도 마을 커뮤니티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소수에 불과해 관심 확대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커뮤니티가 만들어 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시공간 같은 공공의 공간이 있다면 그 곳에 영화, 사진, 그림 등의 작가들이 모여들고, 그 안에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면 다시 필요한 공간을 생각하게 되고, 공간이 완성되면 좀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요.

 

 

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무소 윤경숙 대표·차주협 소장은 …

 

 

윤경숙 건축가는 2005년 미국 뉴저지주립공대(NJIT)에서 건축석사를 마치고 Perkins Eastman Architects PC. 뉴욕오피스에서 5년간 근무했다. ㈜구가도시건축건축사사무소와 ㈜아키플랜종합건축사사무소를 거쳐 현재는 비그라운드 아키텍츠 건축사무소(Bare GROUND ARCHITECTS)를 이끌고 있다. 차주협은 2004년 충북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GA건축사사무소, (주)아키플랜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근무하고 현재는 비그라운드 아키텍츠의 소장을 맡고 있다. 윤경숙과 차주협은 2015년부터 건축설계, 도시연구, 전시기획, 공공예술 등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접하는 공간의 여러 모습들을 함께 그리고 있다. 이들은 2012년부터 꾸준히 조사한 안양구도심 도시기록 작업을 토대로 지역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안하는 '도시공상 VOL1.안양역과 인덕원역'을 올해 초에 출간했다. 현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바뀔 주거문화를 주제로 '도시공상 VOL2. 아파트'를 기획하고 있다. 2015년 '작은도서관 이야기'를 마을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충전!빳데리골목'을 기획하여 안양6동의 풍경과 사람들을 기록했다. 2019년 군포의 역사를 정리하는 '군포 길 위에 100년을 짓다'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6회에 지역 작가로 참여해 '나무가 예술이네'를 진행했다. 2020년 현재 안양시 도시재생자문위원, 군포시 건축심의위원, 서울시 마을건축가, 서울시교육청 꿈담건축가로 활동하며 건축설계와 도시연구를 하고 있다.

 

/글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사진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