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받은 <황해문화> 107호는 읽어야 될 글도 많았지만 읽고 싶은 글들도 여럿 있었다. 편집주간 김명인 인하대 교수의 권두언 『변하고 있는 것과 변해야 할 것』과 남재희 씨의 투고 『죽산과 그 주변 이야기들』이 읽고 싶은 글들이었다면 특집으로 다룬 『포스트 냉전시대, 주한 미군을 묻는다』의 각계 전문가들이 쓴 다섯가지의 논문들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 꼭 읽고 생각해야할 글들로 다가왔다. ▶죽산 조봉암과 그 주변을 쓴 남재희 씨는 서울법대 2학년 때 2년 선배인 인천 출신 심재갑 선생의 소개로 사직공원 옆에 있는 「도정궁」에서 죽산을 만났다고 했다. 양식으로 꾸며져 있는 거실에서 죽산은 정치를 하는데는 주변 동지들과의 서클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한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썼다. 이 글을 읽고 인천 교육계의 명사인 심재갑 선생께 전화로 <황해문화>를 읽어 보시라고 했다. ▶선친(汗翁 愼兌範 박사)께서도 해방되던 해 손가락 수술로 입원한 죽산과의 인연을 2001년 <월간조선>에 게재된 미니 자서전을 통해서 비교적 상세히 밝히셨다. 10여일간 선친의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죽산은 교양 있는 젊은 의사를, 당신은 청취력과 설득력을 갖춘 선배를 만나 대화하는 기쁨을 맛보았다고 했다. 죽산과의 인연으로 민주주의 민족전선(민전)의 부회장이 되어 그 후 여러차례 곤혹을 치르기도 했지만 그가 농림장관이 된 후 인재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농업전문가 조동필을 추천해서 농지개혁에 큰 공헌을 한 것은 보람이라고 쓰셨다. ▶<황해문화>의 발행인겸 편집인이기도한 새얼문화재단의 지용택 이사장은 창간 때부터 편집은 편집간부들에게 일임해 <황해문화>가 우리나라의 대표적 시사·교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지 이사장께 전화로 이번호 황해문화의 주한미군 특집도 좋았지만 남재희 씨의 글로 선친의 죽산과의 관계를 회고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 이사장은 남재희 씨가 친지들에게 보내게 원고료 대신 <황해문화>를 보내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황해문화> 107호를 받은지 일주일만에 이번에는 남재희 씨가 친필로 주소까지 써서 보낸 <황해문화>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6월달 들어 두 번째로 받은 <황해문화>를 다시 펴보면서 조선일보사 선배 언론인이었던 남재희의 죽산 이야기를 계기로 존경하는 심재갑 선생님과 선친 그리고 지용택 이사장 등 6명이 얽혀있는 현대사의 한 대목을 회상할 수 있었던 것이 아름다운 인연으로 각인되었다.

 

언론인 신용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