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온실가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고 중국과 미국에서조차 올해 상반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대체로 교육 및 상업용 에너지 소비는 큰 폭으로 줄었고 가정용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까운 미래에 본격적으로 체험하게 될 전형적인 언택트 시대의 맛보기가 아니었나 싶다.

올해 상반기 경제활동 위축과 사회적 이동이 감소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었고 온실가스 배출와 대기오염물질이 줄어든 탓에, 여기저기서 깨끗하고 파란 하늘을 누리는 기회도 늘어났고 이 여세를 몰아 기후위기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사회경제적인 체질은 개선해야 한다는 정책제안이 넘쳐나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 이후 각국의 경기부양정책이 단기적으로 환경규제 완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은 탓에 소위 리바운딩 효과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한국형 뉴딜의 핵심방향으로 설정한 것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성장기반 구축과 함께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과제 대응이 얼마나 시급한지에 대한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에너지 전환과 생태전환을 정녕 이뤄낼 수 있을까 싶은 조바심도 있고, 그린뉴딜은 당장 눈앞의 위기를 타개하는 목적 외에, 미래를 위한 준비 특히 지금까지의 잘못된 기반과 체질을 바꾸기 위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까지 확보할 수 있겠다 싶은 기대도 있다.

하지만, 꽤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온 기후변화 대응전략과 지속가능발전전략들이 뚝딱 그린뉴딜로 포장되는 모습이나, 환경문제와 기후문제가 짧은 호흡으로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처럼 요란하게 솔루션을 찾는 모습은 왠지 불안하다. 사람 중심의 선한 목표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설익은 일부 주장이 어느 날 갑자기 공공정책으로 둔갑하는 모습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K-방역을 통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리딩효과를 맛보았다고 해서 모든 부문에서 앞서갈 수 있고 앞서가야겠다는 강박은 조금 떨쳐버렸으면 한다. 이런 상념 속에 그린뉴딜정책에 대해 몇 가지 주문을 해본다.

첫째, 꼭 필요한 만큼의 한시적인 단기투자와 인프라나 체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투자를 '그린뉴딜'이라는 하나의 바구니에 뒤섞어 담아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모습은 단순한 실수라 할지라도 재현되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면, 단기투자는 그 시급함으로 인해 약간의 불확실성과 시행착오를 감내할 수 있지만 그린뉴딜을 핑계 삼아 불요불급한 곳에 낭비되어서는 안된다.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과 그린뉴딜이라는 선한 목표가 감수해야 할 타격이 너무나 막대하기 때문이다.

둘째, 너무나 흡사하고 비슷한 법과 제도, 정책, 거버넌스 등이 그대로여서는 그로 인한 뒤엉킴과 헷갈림, 이해 상충으로 인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그린뉴딜은 지속가능발전, 녹색성장, 기후변화 대응 등의 다른 이름처럼 이해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하며, 심지어 부패와 실패의 상징처럼 생각하는 4대강 사업조차도 그 사업의 취지와 기대효과에 대한 홍보는 묘하게도 그린뉴딜과 별반 다르지 않은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셋째, 그린뉴딜이 21세기 후반을 중장년으로 살아갈 젊고 어린 세대들이 직면하게 될 기후위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전제하면, 이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귀담아듣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국 공염불이 될 게 너무나 분명하다. 지금의 기성세대와 의사결정계층이 여전히 그 시대를 함께하기는 불가능하다. 얼마 전 기후위기를 향한 우리 인천 청소년들의 다양한 외침과 제안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위기에 대한 이해와 절실하지만 사려깊은 외침에 부끄럽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을 품을 수 있어 좋았던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 단기적인 이익과 집단적인 이기심에 근거하거나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디지털·그린뉴딜을 통한 미래의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은 왠지 어색하다. 그리고 녹색성장을 지향하며 LED가 미래의 조명이라고 쓸만한 기존 전구를 송두리째 바꿨지만, 완벽한 품질관리를 못해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빨빠진 신호등이 간혹 발견되어 사업 전반의 신뢰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훼손했던 일이나, '묻지 말고 태양광'이라는 재생에너지 광풍이 에너지 수요가 뜸한 지역의 농경지와 임야를 무참히 파헤쳐놓은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기후환경문제는 진단과 정책적 해법 모두 늘 겸손하고 신중한 관찰과 꼼꼼한 검증,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뒤따라야 한다. 따라서, 궁극의 목표만이 아니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과정과 경로, 추진방식 등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지속적인 평가와 피드백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

 

조경두 인천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