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만 존재하는 혈연주의 대자본가집단
▲ 문벌(閥벌)은 권세를 장악한 가문( )에서 상대를 치는(伐벌) 세력이다. /그림=소헌

 

아이돌그룹 ‘BTS’나 드라마 ‘대장금’이 한류韓流 열풍을 이끈 것 못지않게 ‘코리아’를 세계에 알린 단어가 있다. 옥스퍼드 사전에 올라간 [chaebol]이 그것이다. “가족이 소유한 거대한 기업집단으로, ‘chae’는 돈을 의미하고 ‘bol’은 파벌이나 패거리를 뜻한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을 뜻하는 ‘conglomerate’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 사회의 특수한 경제적 기반을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재벌’만의 특별한 조건이 있다. 가족끼리 소유하는 것이다. 원래 ‘財閥(자이바쓰)’은 일본에서 나왔다. 19~20세기 일본에서 형성된 동족끼리 출자한 주식으로 이루어진 거대기업으로서 미쓰비시, 스미토모 등 기업들의 구조가 일본의 전통 가족체제와 닮은 데서 연유한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일본에서 해체된 재벌은 현재 한국에서만 존재한다.

요강음수(尿綱飮水) 요강 뚜껑으로 물 떠먹은 셈.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속으로는 꺼림칙한 것을 비유한다. 삼성그룹 경영지배권 강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청구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그는 이제 볼 일 다 봤으니 열심히 돈만 벌면 된다. 그래도 두 다리를 쭉 뻗고 잘 수는 없을 것이다. 영장이 기각되었다고 해서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 [재물 / 재산 / 보물]

①貝(조개 패)는 돈이나 화폐로서 재물이나 패물로 쓰인다.

②여기에 겨우내 굳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을 뜻하면서,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才(재주 재)가 합쳐져 財(재물 재)가 되었다.

③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 손을 뜻하는 _(手수)를 마치 才(재)와 닮았다고 하여 _(재방 변)으로 잘못 가르치고 있다.

④재산을 뜻하는 財(재)는 돈을 버는 능력이 탁월한 글자이며,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물건으로 쓰이고 있다.

 

벌 [문벌 / 가문 / 기둥]

①伐(칠 벌)은 사람(_인)의 목을 창(戈과)으로 쳐서 죽이는 것이다.

②장수가 싸움에서 이기면 공로를 치하했는데 이때 문(門) 왼쪽에 서 있는 병사를 閥(벌)이라 하며, 오른쪽에 있으면 閱(열)이라 한다.

③이렇게 권세를 장악한 가문(門)에서 상대를 치는(伐) 門閥(문벌)은 출신이나 이해 따위로 뭉친 세력을 일컫는다.

 

 

자본주의는 재물(資)이 곧 근본(本)이며 행동기준이 되는 세상을 추구하는 이념이다. 사람의 목숨 다음으로(次차) 중요한 것이 돈(貝) 즉 재물(資)인 것이다. 재벌은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한 사람이 극히 적은 지분으로 거대기업을 좌지우지하는 ‘제왕적 회장’이라는 왜곡된 현상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재벌이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정경유착’이라는 병폐를 쌓았으니, 노동자의 가치는 짓밟혀 오로지 ‘물질’속에 용해되고 말았다.

“富(부)는 거름이다. 쌓아두면 썩은 냄새를 풍기지만 뿌려주면 많은 것들을 자라나게 한다.” ‘케네스 랑곤’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한 말이다. 이건희 회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존경받겠지만, _그럴 뜻이 없다면 최소한 합법적인 유산승계 여부를 지켜보겠다. 그릇되면 _‘제일 불행하게 죽은 부자 노인’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 것이다.

 

 

 

 

 

 

/전성배 한문학자. 민족언어연구원장. <수필처럼 한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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