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통해 어떠한 정보를 접할 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내 가치관 영역에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말이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리터러시(literacy)의 사전적 의미는 '글을 읽거나 쓰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문해력, 또는 문식성으로 번역되어 쓰인다.

과거에는 정보의 양이 제한적이고 주로 책이나 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었기 때문에, 글을 읽고 이해하는 이상의 리터러시 능력이 요구되지 않았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글을 읽을 수 있는 문해력 자체가 권력의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한글이 창제되고 현대에는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난무하는 여러 형태의 정보들을 분별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교육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의 대비 책으로 유치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으로의 개학 실시를 발표했다. 정상적인 대면수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원격수업이 정착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에게도 줌(ZOOM)이나 네이버 밴드 등 원격 수업을 위한 온라인 매체 교육이 진행되었다.

이처럼 기본적으로 온라인 매체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는 기술적인 차원의 리터러시 교육과 동시에, 쏟아지는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분별할 수 있는 차원의 교육도 동반되어야한다.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정보나 콘텐츠에는 대부분 의도와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실제 사실과 생산자의 주관적인 의견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만 쉽지는 않다.

정보를 만든 주체가 누구인지, 어떠한 의도로, 나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유도하고 있는지 등의 비판적 질문을 통해, 이 정보를 내 가치관 영역으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스스로 분별하는 훈련이 필요하며, 하나의 매체 정보로만 사실성을 판단하지 않고 여러 시각에서 조명한 콘텐츠들을 찾는 것도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데에 그치지 않고 유튜브나 카카오톡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누구나 콘텐츠를 공유하고,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 주체가 되었다. 따라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정보가 모여 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등의 편리함 이면에, 리터러시 측면에서는 가짜뉴스나 불법 정보들에 쉽게 노출되는 위험도 생겨났다.

얼마 전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n번방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조금의 이해와 고민의 경험이 있었다면 사전에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지난달 12일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수용자 양성을 위한 미디어교육원(이사장 민병욱)을 개관했다.

미디어교육원에서는 “리터러시는 그 자체가 목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수단적 개념임을 인식해야 한다. 앞서 고대 도시국가의 리터러시와 근대 국가의 리터러시가 당시 정치제도에서 요구하는 각기 다른 수준의 능력이었음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이 용어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무엇을 위한' 리터러시인가에 보다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미디어교육원 콘텐츠 내용 중)

미디어 리터러시가 잘 정착된 성숙한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서 정부나 관련 기관들의 정책적인 개입과 더불어,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분별하고 리터러시 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효석 청년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수원대 산업미술학과(석사)

-KIT교토대 디자인과정 수료

-미디어잡 전략사업팀장

 

 

3040 세대는 우리 사회의 허리이자 미래 한국을 이끌어 갈 세대입니다. 인천일보는 우리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이들의 목소리를 적극 환영합니다. 테마나 분야에 상관없이 기고해 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colum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