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이 백가쟁명식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불을 지폈지만 거물 정치인들이 잇따라 발을 담그면서 판이 달궈지고 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피할 수 없다”며 “스스로 주도해서 할 것이냐, 끌려가서 어쩔 수 없이 할 것이냐, 두 선택 중 하나밖에 없다”며 특유의 단호함을 드러냈다. 기본소득은 정부 재정으로 모든 국민에게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제대로 불을 붙인 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는 “배고픈 사람이 빵은 먹을 수 있는 물질적 자유 극대화가 정치의 목표”라고 전제한 뒤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기본소득제 논의를 공론화했다. 사회주의 어젠다에 가까운 기본소득에 보수정당이 목소리를 낸 것은 뜻밖이다. 치고나가는 기술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답다.

이재명이 다시 받아서 부채질했다.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을 백가쟁명의 장으로 끌어내 주신 김종인 위원장님의 뛰어난 역량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반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국민 고용보험이 전면적으로 실시돼야 한다”며 사실상 이재명을 겨냥해 반론을 폈다. 급기야 이재명은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누가 링에 올라와도 좋다고 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당대표 후보인 이낙연 의원은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하고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면서도 “다만 재원확보 방안과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의도는 좋지만 나라 곳간 문제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다른 대권 주자들도 뒤질세라 나섰다. 홍준표 의원은 “기본소득제는 사회적 배급주의”라며 “실시되려면 세금의 파격적 인상을 국민들이 수용하고 지금의 복지체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며 불가론을 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정부의 가용복지자원이 어려운 계층에 우선 배분돼야 한다는 개념에 따라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방안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모호하다. 유승민 통합당 전 의원은 “보수의 가치는 유효하다”며 애둘러 기본소득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이 논제에 빠질 리가 없다. 심상정 대표는 김종인과 만난 자리에서 “통합당이 그동안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의 탐욕의 자유를 옹호해 왔다”면서 “통합당이 불평등 해소에 적극 나서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또다시 합종연횡이 펼쳐질 기미가 보인다. 결론을 떠나 코로나 사태 와중에 모처럼 펼쳐지는 정책 담론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김학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