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인천시는 중장기 일자리 정책에 중요한 사업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공모에 인천시와 남동구, 부평구, 서구의 컨소시엄 사업인 '뿌리산업 도약, 더 좋은 내일(job)'이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전국에서 5개 사업이 선정됐으며,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앞으로 진행될 추진 과정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번 공모사업 선정으로 인천시는 2024년까지 국비 357억원을 포함, 47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뿌리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고용 안정화를 진행하게 되며, 775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제조업은 인천의 중심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표면처리·열처리 등 뿌리산업은 제조업과 인천 경제를 든든히 받쳐주는 기반이었다. 지역 산업단지 내 1만1690개 기업 중 3404개 업체가 뿌리산업에 해당한다. 또한 기업의 제조 과정에서 해당 공정을 포함하는 곳까지 계산하면 뿌리산업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뿌리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 전기·전자 산업의 생산이 10억원 증가할 때 5.3명의 취업 인원이 창출되는 데 반해, 뿌리산업은 9.2명의 취업 인원이 창출된다.

높은 고용 창출 효과로 채용이 많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산업 자체의 영세함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이직 또한 높은 것도 현실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뿌리산업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인천시는 그동안 뿌리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일자리 매칭과 신규 직원을 위한 경력형성장려금 지원 등을 통해 채용을 늘리고 퇴사를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자생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함도 있었다. 일자리 지원만으로 해당 기업의 기술 역량이 강화되고 뿌리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정된 '뿌리산업 도약, 더 좋은 내일(Job)' 사업은 뿌리산업 근로자와 구직자뿐 아니라 기업체와 산업 전반에 대한 패키지 지원이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뿌리산업 지원책을 한데 모아 생산성과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뿌리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할 뿐 아니라 구인·구직 미스매칭을 해소해 고용 창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지원 사업은 크게 세 가지의 프로젝트와 여덟 가지의 세부 사업으로 나뉜다. 첫 번째 자생적 생태계 조성이다. 고용 안정 거버넌스를 구축해 신규 사업을 발굴해내고 뿌리기업, 지자체, 대학, 연구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뿌리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한다.

두 번째 신규 고용 창출 여건 마련이다. 뿌리기업의 기술 혁신을 돕고 설비와 근로환경을 개선해 신규 고용 창출 토대를 마련한다.

세 번째 고용 안정화다. 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채용 박람회 등을 통해 뿌리산업 인력 공급 문제도 해결한다.

이런 대규모 지원사업은 인천시의 노력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렵다. 지역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기초지자체 협력과 중앙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것은 지역 뿌리산업의 위기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뿌리산업은 제조업의 뿌리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바람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인천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인천 제조업의 뿌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고 양질의 고용 창출을 확대할 것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층 더 단단해진 '인천의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제조업'을 앞에서 끌어주고, 높은 취업 문턱에 고민하는 청년세대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병현 인천시 일자리경제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