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ICA 컨소시엄
3년 브랜드 독점 사용 계약
신제품 발매·판매 실적 없어
시, 운영사 교체 전 용역 결과
단일기업 권고했지만 강행
▲ 폐쇄된 인천시 중구 차이나타운 내 인천화장품 공동브랜드 '어울' 전시매장.

5년 동안 쌓아 올린 인천 화장품 공동브랜드 '어울(oull)'의 공든 탑이 섣부른 새 운영구조로 1년 만에 폭삭 무너졌다. 운영사 교체 이후 단 1건의 신제품의 출시도, 판매실적도 없이 홍보비를 축냈다.

7일 인천시에 따르면 어울의 새 운영사인 ICA합자회사에서 판매 유통을 맡은 A사가 지난 3월 사업을 포기하고 탈퇴했다.

ICA는 A사와 제조사 3곳, 마케팅사 1곳 등 5개 사의 컨소시엄으로 지난해 5월 시, 인천테크노파크(ITP)와 3년간 어울 브랜드 독점사용권 계약을 맺었다.

A사는 경기도 부천 소재로 지난해 6월 태국에 6600개 점포를 둔 세븐일레븐과 어울 화장품 입점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뷰티박람회에서 출처 불명의 제품에 스티커로 '어울' 상표를 붙였다가 해외 바이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ICA는 지금까지 단 1건의 신제품도, 판매 실적도 없다. 매출로 잡은 9억6000만원(2018년 22억5900만원, 2017년 50억1800만원, 2016년 50억2800만원)은 ICA로 운영사가 바뀌기 전 운영사 J사의 재고품 판매액이다. 시는 지난해 어울 지원예산 4억원 중 1억1700만원을 홍보비로 지원했다.

시는 A사가 발을 빼자 J사를 ICA에 끼워 넣어 구색을 맞췄다. 올해 3억6000만원의 예산을 세우고 지난 4월 제조사당 신제품 4~5개를 출시키로 ICA와 협의했지만 6월 말로 미뤄졌다. 파행의 연속이다.

시와 ITC는 ICA로 운영사를 바꾸기 전 4500만원을 들여 '인천 화장품 공동브랜드 어울 중장기 운영방안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전문가들은 용역보고서에서 국내 협동조합 9547개 중 46%가 운영 중단된 사례를 담은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실태조사(2016)'를 제시하며 운영사 구조로 단일기업 방식을 권고했다.

시와 ITC는 제조사와 홍보대행사, 판매유통사를 묶은 컨소시엄 형태의 운영방식을 밀어붙였다. 게다가 어울 브랜드 사용료를 종전 판매약정(계약)금액의 2%에서 판매금액의 0.5%로 낮춰 ICA의 수익성을 높였다. 전에 없던 홍보비도 매년 4억원씩 3년간 ICA에 지원키로 했다.

ICA의 새 구성원 J사 측은 “1년간 허송세월로 해외시장에서 어울 브랜드가 지워졌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6월 말까지 새 제품을 출시해 어울 브랜드를 추스르겠다”며 “ICA와 3년간 독점계약을 맺어 운영 틀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글·사진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