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남북대화의 전망을 더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악재가 발생했다. 사건은 지난달 일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서 비롯되었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대북전단 50만장을 비롯해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000장, 메모리카드 1000개를 대형풍선에 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이에 대해 북한은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김여정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가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이러한 상황이 방치된다면 개성공업지구나 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또는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다.

우리는 이번 담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커다란 이유는 김여정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으로 김정은의 의중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번 담화는 김정은의 생각을 담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 그동안 발표된 김여정 명의의 담화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된 것과 달리 이번 담화는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됐다. 노동신문에 실린 기사는 북한 주민 모두가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와는 무게 자체가 다르다. 그렇기에 이번 담화는 북한이 이 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언론의 자유 영역이기 때문에 법적, 제도적으로 제지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지난 판문점 공동선언을 통해 우리 정부는 북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와 함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살포 행위 중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또 다시 대북 비방전단이 버젓이 살포된 것이다.

그렇다면 남북의 합의정신을 훼손하고 인천을 포함한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과연 처벌할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현행법으로도 대북전단 살포는 명백한 위법이다.

북한 인민들의 자유와 인권향상을 명분으로 하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남북교류협력법 처벌 대상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과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진보진영에게만 적용되는 법이 결코 아니어야 한다.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 ⓛ항엔 북으로 물품 등을 반출하거나 반입하려는 자는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번에 살포된 대북전단이 담긴 풍선에는 달러와 함께 도서, 메모리카드 등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승인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더구나 대결적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에 달러나 메모리카드 등을 보내는 행위는 국가보안법 위반의 소지가 다분하다. 북한에 현금을 제공한 것이고 메모리카드 등에는 국가기밀이 담겨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가 가능한 위법행위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우리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사실상 방치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남북합의 이행 의지를 의심할 만하다. 남북관계 개선은 중단된 북미관계의 불씨를 되살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시급한 문제다. 특히 서해교전과 연평도 포격의 아픔을 겪은 인천시민에게는 안전과 생명의 문제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오매불망 남북의 교류협력 재개를 바라는 기업인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그렇기에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국익을 해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단히 부적절한 범죄행위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법률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환영한다.

 

/장금석 인천시 남북협력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