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고 경제적 활동이 둔화됐다. 다중문화시설인 공연장, 전시장 등은 임시 휴관을 반복하고 있다. 현장예술인들은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생존에 직면했을 때 문화예술은 언제나 가장 뒷전이다. 아직까지 문화예술은 주식이 아니라 부식이나 디저트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사람들이 일상을 되찾은 뒤 경기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 하더라도 문화예술계는 가장 나중에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

신종 감염병 등장으로 지역문화예술이 속수무책으로 말라비틀어져 가자 경기도는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며 긴급수혈에 들어갔다. 현장 종사자 중심으로 설계된 문화·예술·관광 분야 지원정책인 '경기도형 문화뉴딜 프로젝트'를 지난 4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부터 올해 코로나19까지 재난 상황이 장기화되자 경기도는 긴급활동 지원, 취약근로자 보호, 공공시설 입주단체 임대료·사용료 감면 등 3개 분야에 총 103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경기도형 문화뉴딜 프로젝트 가동 한 달여 만에 도내 위기예술인 1010명이 공공예술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경기문화재단의 '백만원의 기적'에 참여하게 됐고, 공연단체 245곳이 경기아트센터의 무관중 온라인 공연 '방방콕콕! 예술방송국'을 통해 안방의 관객을 찾아갔다. 도예인에게 긴급융자를 지원하고, 독립영화를 자동차극장에서 상영하고, 전업미술인의 작품을 구입해주는 등의 시책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래덮기에 지나지 않는다. 패인 구덩이를 모래로 슬쩍 덮어놨을 뿐 시간이 지나고 바람이 불면 더 깊이 패인 구덩이가 드러나게 된다. 코로나19의 경제적 생채기는 단시간에 치료되지 않을 것이다. 올해보다 더 힘든 내년, 또 그 이후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아사 직전에 놓인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정책은 구호 대상이 분명해야 한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순발력 있게 실질적이고도 적절한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역내 문화예술인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막연하게 혜택을 주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전문예술인, 생활예술인, 전업예술인, 부업예술인 등으로 구분되는 예술인들이 지역내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해 빠르게 대상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지원 대상과 규모, 목적과 내용 등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기관 간, 지역 간 공유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존 지원사업의 수혜자보다 관이 설정한 구조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예술가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지역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어떤 예술인에게 재난 구호의 무게 중심을 둬야 할지 따져봐야 한다. 혹독한 환경에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지역예술인이라 할지라도 생존의 버거움은 언제나 존재한다. 위기 속 예술의 가치를 이용해 도민을 위로하는 예술인, 지역의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예술인, 지역에 터를 잡고 활동하는 예술인 등 지역에서 각자의 몫을 다하기 위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는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재난 구호의 대상인 예술인들을 단순한 경제적 피해자의 관점이 아니라 재난재해 상황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있는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고군분투하는 국민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등의 공공프로젝트에 예술인들이 참여할 수 있고, 재난 발생 이후 국민의 심리를 치유하는데도 예술인들이 앞장설 수 있다. 문화예술은 기록의 역할도,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다스리는 역할에도 탁월한 힘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개성과 창의력이 바탕이 되는 예술영역은 관의 일방적인 지원보다 민관의 협력관계 속에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민관이 상호 유연성을 발휘하게 되면 외부 연결과 공유, 연대와 확장을 통한 문화예술활동이 가능해진다. 지자체와 예술인 간, 예술인과 예술인 간, 예술인과 지역주민 간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매개체를 마련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성공적인 코로나19 피해 대응책이 될 수도 있다.

 

/박현정 경기본사 문화기획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