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렴"

여행용 가방 속에 7시간 동안 갇혔다가 병원으로 옮겨진 지 이틀 만에 숨진 9살 초등학생 A군의 학교에 그의 슬픈 영혼을 달랠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충남 천안 환서초등학교는 지난 5일 오후 2시 교정에 10여㎡ 규모의 천막으로 추모공간을 만들었다.

A군은 이 학교에 2학년이던 지난해 전학 왔다.

학교운영위원장과 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이 학교 위기관리위원회는 A군의 친모 동의를 얻어 추모공간을 설치한 뒤 누구나 자유롭게 소년의 넋을 위로할 수 있도록 했다.

추모공간에는 학교 측이 준비한 근조화환 2개가 놓여 있었다.

한쪽에는 조문객들이 A군의 넋을 달래는 글을 포스트잇(접착 메모지)에 적어 붙일 수 있는 칠판도 마련됐다.

조문에 나선 교사들은 'A군이 속박 없는 하늘나라에서 자유롭게 살기'를 바랐다.

이날 등교했던 2·4학년 학생들은 점심 후 대부분 귀가해 조문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추모공간은 오는 7일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A군의 빈소는 1년 반 전 천안에 오기 전 부모와 함께 살았던 경기도 부천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6일 새벽 차려졌다.

A군 시신은 지난 5일 오후 4시쯤, 숨을 거둔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나와 이곳으로 옮겨졌다.

아버지 동거녀에 의해 여행가방에 갇혔다가 숨진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의 빈소엔 생전 다니던 학교에서 보낸 화환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빈소엔 친아버지와 어머니, 다른 가족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유족은 "조용히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A군은 계모에 의해 7시간 넘게 여행가방에 갇혀 중태에 빠진 뒤 사흘 만인 지난 3일 오후 6시 30분쯤 숨졌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어린이날까지 모두 4차례 계모에게 폭행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계모 B(43) 씨를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