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습하게 이루어지는 악플과 괴롭힘에 대한 도구로 사용되는 악습을 방지할 대책과 실현 정책이 강구되길 바란다. 이제 더이상 사랑하는 우리의 이웃이 갑자기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2000년대 초반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홈페이지 '자유토론방'에는 구성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글도 많이 올라왔다. 특히 우리 기관과 관계없는 비방이나 저속한 내용, 낙서와 같은 내용들은 기관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홍보에 지장을 초래했다. 당시는 로그인 없이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던 때였다. 그래서 내부 구성원만 입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자고 전산부서에 제안했다. 결국 내부인 확인 장치가 설치됐고, 외부인의 부정적인 내용은 사라졌다. 이를 계기로 본래 취지인 건전한 토론의 장으로 자리 잡게 됐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상이 마스크 물결이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에서 보이는 눈이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란 말이 있다. 아름다운 눈으로 좋은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비춰진다면 세상은 훨씬 더 아름다울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어떤가. 악플에 시달리던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신상 털기 등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현상이 심각하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8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위헌결정을 내렸다. 익명표현 보장으로 인한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기에, 익명 표현의 부작용보다는 보호할 헌법적 가치가 크다는 의견 등이었다. 현재 인터넷 실명제는 선거 기간 동안만 인터넷 언론사의 정당후보 관련 글에 한정돼 적용된다.

현재와 같은 디지털시대에서 개인 신상에 대한 비밀을 지켜내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감염의심자의 동선 확인을 위해 휴대폰 이용 장소, 카드 사용 지역까지 확인할 정도가 됐다.

요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롯해 시청, 각 구청, 인접 시_도 등 개인 동선과 관련된 여러 곳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재난문자가 들어온다. 게다가 카드사의 재난지원금 신청 권유 문자도 쏟아진다. 개인이 의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보가 동의돼 있고, 그 정보가 카드사에 제공됐을 것이다.

이렇듯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마음만 먹으면 낱낱이 파헤쳐질 수 있다. 과연 '빅 브라더'는 누구인가. 일반인은 인터넷상에서 신원 확인을 할 수 없다. 정부의 담당 기관과 몇몇 전문가만 실명을 알 수 있는 독과점 현상이라면 그 부작용과 폐해가 더 클 수 있다. 해커 등 불법적인 전문가에 의한 신상 털기 등에 악용될 소지가 많다. 횡행하는 악플, 반대 진영이나 자기의 의견과 다른 의견에 대한 홍위병식의 무차별적인 디지털 공격이 방조 묵인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야말로 불공평 현상이다.

또한 '실명으로 진행되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바로 실명이 아닌 익명의 공격 때문에 위축되는 경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모두가 실명으로 참여하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어야 자유민주주의를 유지, 발전시키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방안이 아닐까.

N번방 등 성범죄 예방이나 단속을 위해 함정단속 도입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있다.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성범죄에만 적용되리라는 보장 없이 정치, 사회 어느 분야건 함정수사가 펼쳐질 우려 때문이다. 불법적인 사이트도 실명제가 정착돼 있으면 원천적으로 가입을 꺼리거나 단속이 쉬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언택트(비대면) 비중은 더욱 확대되고, 인터넷의 중요성은 비례해서 더욱 증가할 것이다. 건설적인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다.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막말 악플이 쏟아지고 있다. 음습하게 이루어지는 악플과 괴롭힘에 대한 도구로 사용되는 악습을 방지할 대책과 실현 정책이 강구되길 바란다.

이제 더이상 사랑하는 우리의 이웃이 갑자기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신경식 UN지속가능발전교육인천센터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