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우리가 버려야할 세 가지 사고

-김화순 한신대 통일평화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화순 한신대 통일평화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화순 한신대 통일평화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⑴ 미국 과잉화…감염병에 무너지는 최강국
민낯 보며 '맹목적 추종' 사고 바꾸는 계기 됨
영리적 의료체계가 전쟁보다 위험함을 실감 

⑵ 자기 비하의식…무의식적 피식민지 사고
알고보니 우리가 세계시민 선두에 서 있어

⑶ 북한 오리엔탈리즘…비정상국가 담론으로
평화의 위협…먼저 국가로 존중과 인정 필요


코로나19가 범람한 2020년 어느 2월에 이르러 우리는 비로소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감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과잉 생산된 상품을 쓰레기로 쏟아내고 자연을 피폐화시키며 광란의 질주를 벌이는 삶의 방식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전 인류에게 엄혹하게 경고하였다는 점에서 코로나19야말로 자연이 만든 백신이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전 인류의 일상을 전복시키면서 새로운 사고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중이다.

여기, 코로나19가 오늘날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대한민국 시민들에게 준 중요한 전환적 사고의 계기는 바로 우리가 맹목적으로 추종해왔고 우리 자신을 비하하게 만들었던 '총체적 미국화', 혹은 '미국 과잉화'의 덧없음이다. 김누리 교수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 미국을 따라하려는 경향을 가리켜 '총체적 미국화'라고 개념화하였다.

우리는 이제까지 미국이 글로벌 스탠더드인 줄 알았는데 코로나를 겪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세계 최강국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4일 백악관 브리핑 도중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자외선을 몸에 직접 쬐고, 소독제를 주사하는 실험을 해보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선출된 지도자의 지적 수준이 이 정도라니. 최고 수준의 의료술을 가졌다는 미국의 의료체계가 코로나19 앞에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영리적 의료체계가, 코로나19나 심지어는 전쟁보다 훨씬 위험한 제도라는 점도 실감하게 되었다.

대한민국 시민들은 '우리의 일그러진 영웅'의 엄석대 만큼이나 울퉁불퉁한 미국의 민낯을 보고 나서야 코로나 이후 세계를 살아가는 데 있어 더 이상 지배당하는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여기에 우리가 코로나 사태를 통해 얻은 가장 최고의 깨달음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재발견이다. 우리는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고의 회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식민지 백성이었다. 엄석대 반의 초등학생이었다. '세계시민'이란 거룩하고 우리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머나먼 존재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세계시민이 바로 우리들이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라니. 우리는 그 선두에 서 있었다. 결국 평화의 쟁취도 결국 세계 열강이나 미국은 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의 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 시민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우리 자신을 믿고 북한을 포용하고 이끌어가는 태도를 취하여야 한다. 세계 6위의 군사강국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먼저 북한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최근 뒤이어 터진 황당한 김정은 사망설은 '북한 오리엔탈리즘'의 팽배와 평화를 위협하는 담론이며 비합리성 그리고 무례함의 극치이다. 평화의 역행이다.

북한 오리엔탈리즘은 북한이 스스로를 변혁할 수 없으며 정상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타국의 개입이나 통제가 필요하다는 비정상국가 북한담론을 배경으로 한다. 강남 주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투표로 선출되었다는 전 북한 주영공사 출신 태영호 국회의원이 이끌고, 비례대표 지성호 국회의원이 99% 확언하면서 우리 사회에 유포한 가짜뉴스인 '김정은 사망설'은 가히 북한 오리엔탈리즘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하다. 그 배후에는 북한이 붕괴되기를 바라거나 최소한 북한과 남한이 상호 존중하는 평화적 관계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연출해내는 일종의 북한붕괴론, 혹은 붕괴희망론이 있다.

코로나 이후 우리가 세상을 향해 걸어나가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세 가지 사고방식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이 세계의 스탠더드라는 '미국 과잉화' 의식, '우리는 못났다'는 비하의식, 공인들이 나서 세 치 혀로 한 국가의 지도자를 살렸다 죽였다 흔드는 '북한 오리엔탈리즘'의 극복에 있다.

 

◼ 김화순 박사는?

북한 노동자와 노동사회 변동이 주 관심사이다. 2011년부터 북한노동에 고용 연구방법을 접목해 현재 이행기 북한 노동사회의 구조변동을 연구해왔다. 2009년 북한이탈주민 고용에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실증 연구로 한국기술교육대 인력개발대학원에서 인력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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