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인프라코어 글로벌R&D센터 내 '1937 Hall'


“이제부터 베어스를 응원할거야.” 15년 전 인천 동구 화수동에 있는 대우종합기계의 기술자였던 선배는 인천 야구와 '결별'했다. 회사가 두산그룹에 인수되자 고향팀 와이번스를 떠나 두산 베어스 응원석에 앉았다. 게다가 입에 대지도 않던 햄버거까지 찾아다니며 먹었다. 회사는 때마다 베어스 야구 공짜표와 계열사인 버거킹 햄버거 쿠폰을 나눠주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37년 설립된 조선기계제작소가 모태다. 광산기계를 생산하다가 태평양전쟁 후 소형 잠수정 등 군수물자를 생산했다. 한국기계공업(1963), 대우중공업(1976), 대우종합기계(2000)를 거쳐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로 사명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생산한 건설 중장비로 두 번씩만 퍼내면 한라산 만한 산을 옮길 수 있는 국내 최고(最古)의 종합기계회사다.

2014년 화수부두 들어가는 길옆에 인천글로벌R&D센터를 신축했다. 연구개발 인력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상 12층, 지하 2층의 거대한 빌딩이다. 이곳 2층에 '1937 Hall'이 있다. 회사 창립 80주년을 맞은 2017년에 개관한 홍보전시관으로 조선기계제작소부터 두산인프라코어까지의 역사가 전시돼 있다. 나는 전시관 준비 때 본사 홍보실의 요청으로 '서독 만(MAN)사 기술자 파견식' 등 대여섯 장의 사진을 제공했다. 1937년 6월4일 서울 한성은행에서 인천 만석정 부지에 조선기계제작소 공장을 설립하는 창립총회가 열렸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사 창립기념일은 내일이다. 조선기계제작소의 설립일(6월4일)에 맞췄다.

그 선배는 다시 와이번스 팬으로 돌아왔다. 몇 년 전 회사를 은퇴했다. 비록 야구 응원팀은 바뀔지라도 두산인프라코어의 연고는 인천 화수동이다. 여든세 번째의 생일을 축하한다.

/인천시립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