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제2순환선 인천~안산 구간 건설 '국제전' 비화 가능성
송도갯벌 훼손 논란이 불거진 수도권 제2순환선 인천~안산 노선 계획에 국제기구도 주목하고 있다. 송도갯벌을 관통하는 구간이 국제협약으로 등록된 람사르습지일 뿐 아니라 송도에 입주해 있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 지정 보호습지인 까닭이다.

1일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국토교통부는 갯벌을 훼손하지 않는 수도권 제2순환선 인천~안산 구간 노선안이 있음에도 가장 넓은 면적의 갯벌을 훼손하는 노선을 밀어부칠 모양새”라며 “정부의 도로 건설 계획은 국제적인 약속을 저버리는 망신을 자초하고, 생태자원 보호정책에서의 국내외 신뢰성에도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공고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보면 인천 중구 신흥동과 경기 시흥시 정왕동 사이 19.8㎞를 연결하는 제2순환선 인천~안산 구간은 송도갯벌을 해상 교량으로 통과한다. 국토부는 송도갯벌 우회 노선과 해저터널도 검토했으나 도로 기능, 이용객 편의 등을 이유로 현 노선을 선정했다. 고속도로가 지나는 송도갯벌은 해양수산부 지정 습지보호지역이자 국제협약인 람사르습지이고, 송도에 사무국을 둔 EAAFP 지정 보호습지다.

최근 EAAFP 사무국에선 환경단체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가 모여 제2순환선 인천~안산 구간 노선을 놓고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EAAFP 측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진 않았지만, 한국 정부가 현 노선을 고수할 경우 송도갯벌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AAFP는 철새와 서식지를 보호하는 국제협력기구다. EAAFP가 둥지를 튼 송도 일대는 검은머리갈매기·저어새 등 세계적 멸종위기종 서식지이기도 하다. EAA FP와 람사르습지 사무국 반대 의견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송도갯벌 훼손이 국제적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높다.

송도개벌 훼손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토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다중이용시설 운영 중단을 이유로 2일 시흥 정왕2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주민설명회를 23일로 연기했다. 인천 주민설명회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