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비(John Bowlby)의 애착이론에 의하면, 엄마와 안정된 애착으로 형성된 아이는 마음의 안정을 얻고 엄마를 세상의 안정기지로 삼아 외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탐색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반면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한 아이는 탐색보다는 자기 세계 속에 빠지거나 엄마가 자기에게 위로나 지지대상이 아니라 불편하고 수용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생에서 최초로 경험하는 엄마의 관계에서 따뜻하게 배려받고 욕구가 적절하게 채워지고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한 아이는 애착을 잘 형성한 아이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하버드 스트레스의 이해 연구'라는 주제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대학생들에게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친밀하게 느끼는지, 아니면 좋다면 얼마나 좋은지, 따뜻하게 느꼈던 기억은 얼마나 되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무려 35년이 지나 장년이 된 이들을 종합병원에서 종합검진을 실시하면서 다시 연구했다. 엄마와 관계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던 사람들 가운데 91%는 혈관의 문제나 심장병, 알코올중독, 위궤양, 고혈압 등 다양한 질병을 갖고 있었다. 반면 엄마와 관계가 대체로 친밀하고 좋았다는 사람들 가운데는 45%만이 이런 질병이 있어서 놀라운 차이를 보이는 애착에 대한 종단연구였다.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관계는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신체적 질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난이나 어려움에 대처하는 능력도 부모를 비롯해 배우자나 자녀 등 애착대상과 얼마나 지지와 관심과 애정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로 인해 강박장애나 공황장애, 우울증이 더 많이 증가하고 있다. M씨는 바이러스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여겨 매우 강박적으로 손을 씻느라 화장실을 자주 가고 손에 피가 날 정도로 씻고 또 씻어야만 한다. 감염공포가 엄습해 방문의 손잡이도 모두 닦아야만 잡고 전철도 못타고 샤워를 매일 두 시간씩 해야만 하고 바깥을 나가지 못한다.

K씨는 지하철 안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여기저기 있는 것 같아 숨이 막히고 쓰러질 것 같은 공황장애가 나타나 응급실을 찾아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더 불안이 엄습해오고 외부 출입도 못하고 자꾸 죽음 공포에 사로잡혀 일상의 기능이 어렵다고 호소한다. 인간은 접촉을 통해 감정을 느끼고 사랑도 한다. 악수는 가벼운 접촉이지만 체온을 느끼고 더 가까운 사람과는 포옹도 하고 얼굴을 비비며 인사를 한다.

작금의 일상에서 인간관계를 위해 춤을 추고 운동도 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이런 접촉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지나친 불안에 빠지며 혼자라는 느낌, 고독과 소외감, 누구와도 그 어떤 것과도 연결되어 있지 못한 감정들은 우리 자신을 패닉 상태로 만든다.

우리에게 필수적인 보양식 같은 따듯한 언어, 미소 띤 얼굴, 적절한 거리두기, 친절한 태도, 자비를 베푸는 너그러움, 희망적인 말들이 더 필요한 시기다. 누구라도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 친구, 동료들과 접촉의 기회를 갖자. 우리의 세상은 보이는 손과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당신은 단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자.

 

김혜숙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