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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거꾸로 가는 광주시의회
[뉴스 속으로] 거꾸로 가는 광주시의회
  • 김창우
  • 승인 2020.06.01 18:07
  • 수정 2020.06.01 18:01
  • 2020.06.02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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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비밀입니다. 회의가 끝난 뒤 전부 가져가야 합니다. 때문에 자료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1992년 어느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장. 1991년 부활된 도의회와 일선 시_군의회 등 대부분의 지방의회 행정사무 감사장에서는 자료를 숨기려는 집행부 직원, 의회사무국 소속 직원과 공개하려는 의원들과 기자들 간에 마찰을 빚는 모습이 수시로 연출됐었다.

이는 시·군 행정을 감시했던 지방의회가 1961년 5월16일 군사정부로부터 강제 해산된 뒤, 일선 시·군이 행정정보를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정보독점을 기반으로 한 정보권력으로 주민 단속을 30여년 지속해 오다가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면서 행정정보를 공개하게 되자 자료공개 등을 놓고 언제나 집행부와 의회 간 실랑이가 벌어지곤 했다.

당시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으로 다음의 사항을 의결하며, 매년 1회 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하략>'라는 지방자치법 제30조, 제39조 및 제41조에 따라 매년 1회 시행되는 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되자, 시_군 집행부는 의회에 자료를 제공했다가 감사가 끝나면 회수해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또 지방의회도 주민들의 감사장 출입에 대해 철저히 관리했을 뿐 아니라 행정사무감사 자료공개를 금기시했다. 기자들의 출입조차 통제한 것은 물론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일체 제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의정감시단을 만들어 의회를 감시하고, 언론사들은 의회 중계 방식을 통해 성역화(?)된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장을 감시했다.

지역사회 민주화를 위해 시민단체와 언론들은 이같은 방식으로 집행부와 지방의회를 감시한 끝에 의회와 자치단체는 변화하기 시작, 정보공개를 원칙으로 한 투명행정을 지향하며 민주적으로 변화하는 지방의회와 지자체 모습을 30여년 동안 현장에서 바라봤다.

그런데 2020년도 행정사무감사를 비롯해 2019회계연도 결산 승인(안) 시정질문 조례(안) 주요안건 심사를 앞둔 2020년 5월 말 광주시의회 사무국에서는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집행부에서 만든 것이고, 개인정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의회 사무국 담당 공무원은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이같은 이유로 이미 시의원들에게 배포된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비밀(?) 문건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여기에 집행부인 시 직원은 행정사무감사 자료는 시의회에 제공된 뒤라서 집행부에 자료가 없다며 정보공개를 시의회에 미뤘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변화하지 못하고 여전히 정보독점과 정보권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광주시의회의 민낯을 단편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1일 제278회 제1차 정례회를 열은 광주시의회(의장 박현철)는 오는 19일까지 주요안건 심사에 들어갔다.

특히 집행기관의 행정업무 전반 실태를 파악하는 행정사무감사가 2일부터 9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시의회는 본회의 및 각 상임위원회의 활동을 시의회 홈페이지와 인터넷방송,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생방송으로 볼 수 있게 했다. 감사 자료는 공개하지 않은 채 의원들의 의정활동 모습만 공개하는 광주시의회의 이 모습에서 30년 전의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장 장면이 겹쳐진다.

 

김창우 경기 동부취재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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