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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 칼럼] 뮤지엄파크, 백년대계 혜안 필요하다
[조우성 칼럼] 뮤지엄파크, 백년대계 혜안 필요하다
  • 인천일보
  • 승인 2020.06.01 18:07
  • 수정 2020.06.01 18:00
  • 2020.06.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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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OCI 부지에 추진 중에 있는 뮤지엄파크 민간투자 부지에 국립전문과학관을 유치한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청소년들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과학지식을 보급한다는 면에서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굳이 조성 부지를 뮤지엄파크로 정해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은 감출 수 없다. 박물관과 미술관, 과학관이 같은 부지 내에 위치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인천시의 입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효과는 충분한 대지를 확보했을 경우에 발휘되는 것이다. 1만6000여평에 불과한 뮤지엄파크의 대지 면적에 비춰볼 때 시너지 효과는커녕 운영상 문제의 소지가 더 크다. 넓지 않은 부지에 박물관, 미술관, 과학관과 근대 건축물이 위치한 보존 공원 등 너무 많은 시설이 밀집해 있어 오히려 답답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뮤지엄'이라는 개념에는 전시관 건물만이 아니라 야외 공간도 포함된다. 널찍한 야외공간에 각 전시관의 성격에 맞는 미술 작품, 대형 유물 등이 전시되어 야외 전시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좁은 부지에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경우 각 전시관별로 충분한 야외 전시장을 확보할 수 없다. 더구나 박물관과 미술관은 인천시에서, 전문과학관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전시 공간이기에 운영 주체가 각기 다른 시설들이 뮤지엄파크라는 하나의 공간에 들어섰을 때 발생하는 혼란은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2018년에 완료한 '인천뮤지엄파크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조사 용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타당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뮤지엄파크 부지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획된다. 극동방송국 사옥과 선교사 사택, 지하주차장 상부 공간을 활용한 중앙의 공원구역을 중심으로 서쪽에는 시립박물관과 시립미술관이, 동쪽은 민간투자 부지로 조성해 문화산업 시설이 들어서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박물관과 지역 미술계의 의견 수렴이 충분치 못했다는 데 있다.

당시는 필자가 박물관장으로 재직할 시기로 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다. 부지와 면적에 대한 박물관과 지역 미술계의 의견 대립이 있자, 용역사는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를 조정하기보다는 눈치 보기에 급급해 협소한 부지에 역사와 성격이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을 나란히, 그것도 똑같은 면적과 똑같은 층수로 계획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면적을 민간투자 부지와 공원, 주차장으로 할애하고 박물관과 미술관은 옹색하기 그지없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면적이 좁다보니 지하에 배치되는 수장고 면적도 협소해질 수밖에 없고, 지금의 계획대로 건물이 들어선다면 충분한 야외전시장은 물론 향후 증축 가능성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당초 뮤지엄파크의 조성 목적은 수십년 간 계속되어 왔던 지역 미술계의 숙원인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고, 좁은 면적에 접근성마저 떨어지는 시립박물관을 이전해 인천의 문화 수준을 한 차원 끌어 올리자는 것에 있었다. 부지 중앙에 1950년대 건립된 극동방송국 사옥과 선교사 사택이 보존되고 있어 이를 사이에 두고 박물관과 미술관이 배치된다면 전국적으로 주목을 끌만한 그야말로 뮤지엄 '파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바람대로 인천 뮤지엄파크가 인천의 문화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역할을 하려면 지금이라도 전문과학관은 다른 부지를 찾아보고 뮤지엄파크는 말 그대로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극동방송국 사옥과 선교사 사택이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지난 5월4일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인 시립박물관이 옥련동으로 이전한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다. 신축한지 불과 30년 만에 다른 부지를 찾아야 하는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인천 뮤지엄파크는 100년 앞을 내다보고 제대로 지어야 한다. 광복 이후 인천 최대의 문화 거점 조성사업을 서둘러서 '그렇고 그런' 시설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주필 조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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