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철거 반대”상생 건의
독일선 세계문화유산 삭제도
시 “보상 등 법 절차 따라 진행”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복원사업을 두고 인근 팔달문 시장 상인들과 수원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남수문과 팔달문 구간 성곽이 끊어져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팔달문시장은 정조가 만든, 224년 된 전통시장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복원하는 수원시의 사업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시가 '문화재의 가치'를 앞세워 사업을 진행하는 반면, 해당 지역 상인들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전통시장의 가치'를 들고 반대 궐기에 나선 것이다.

31일 팔달문 시장 상인 등에 따르면 일부 상인은 지난 27일 수원 팔달문 시장 철거반대 비상 대책 위원회 창립총회를 가졌다.

이는 시의 문화재 구역 정비 일환인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목적이다.

비대위는 시가 팔달문 전통시장의 기존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존 계획이면 팔달문 시장의 상당 점포는 사라져 전통시장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비대위는 팔달문 시장이 성곽 일부에 자리를 잡는 '문화 관광형 시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경우 원형 복원이 제대로 안 됐을 때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인 가치가 부딪힌 셈이다.

실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가 정부가 지난 2009년 계곡 주변에 인공 조형물 다리 등을 만든 탓에 세계문화유산에서 삭제됐다.

시는 팔달문 일원인 남수문부터 팔달문 시장 일원, 팔달산 입구까지 총 304m에 이르는 곳을 2030년까지 복원할 계획이다.

보상절차도 문제다. 비대위는 시가 충분한 협의도 없이 단순 고시 및 공고에 그쳐 일부 상인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시는 팔달문 상인회 150여개 점포 중 36개 점포에 보상을 마쳤으나 2명과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김민석 비대위원장은 “팔달문 시장은 수원에서 전통시장의 명맥을 이어온 대표적인 시장 중 한 곳이다”라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시에 지속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수원화성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기에 현재 끊어진 팔달문 성곽을 최대한 원형으로 복원하는 것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서 “상인들의 생계권 등을 고려, 법적인 절차에 따라 보상하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