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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9000호 특별기획] 코로나 이후, 길을 묻다 7. 선진 의료시스템 한국의 과제
[지령 9000호 특별기획] 코로나 이후, 길을 묻다 7. 선진 의료시스템 한국의 과제
  • 정기환
  • 승인 2020.05.31 19:32
  • 수정 2020.05.31 19:31
  • 2020.06.01 인천판 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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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이제 시작되었다

 

송준호 인하대학교 의대 교수

바이오 기술은 우리 미래에 있어
먹거리인 동시에 방어 카드

21세기는 전염병과의 군비 경쟁
공공-민간의료 이분적사고 버리고
전문가에게 통제 전권 넘겨야

성장 없는 포스트코로나 사회지만
인천지역 바이오기업 대거 포진
바이오 의료 제1도시 성장 가능성

코로나19(COVID-19)는 집요한 전염력으로 세상에 돌이키기 어려운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냉전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21세기에는 감염병에 대한 대비를 일상화한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뉴노멀은 경계에 다름 아니다. 비대면 언택트(untact)는 인류의 새 본능으로 심어졌다. 사람들은 인간적 접촉 대신 테크놀로지로의 연결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실질적인 21세기는 이제 시작되었다.

COVID-19는 선진국의 정의를 다시 내렸다. 미국, 일본, 유럽의 신화는 무너졌다. 세계인들은 한국을 주목하고 'K-방역' 또는 'K-바이오'라 부른다. 명성은 새로 열린 바이오 의료시장에 우선권을 주었다. 미·중 기 싸움으로 시작된 탈 세계화는 COVID-19로 통제를 벗어났다. 리쇼어링이 가속화하고 전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에는 치열한 배타적 경쟁이 예상된다. 바이오 기술은 미래의 먹거리일 뿐 아니라 자국 우선 교역 협상에서 우위를 지키고 우리를 방어하는 카드도 될 수 있다.

이번 COVID-19는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를 대치시키는 이분적 사고를 폐기해야 함을 알려주었다. 중국,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의 초기 대구 사태는 치료 수용력의 병목 현상이 어떤 참사를 빚는지 보여주었다. 우리를 구출한 것은 의료비 상승의 주범처럼 지목되었던 많은 병상 수와 높은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 영상장치(MRI) 보유율이다.

유럽의 공공의료국가들은 초토화되었다. 한국에 사는 것이 막강한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자랑하는 영국에 사는 것보다 6배 안전하다. 팬데믹은 몇 조원이 날아가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 거시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준다는 것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몇 푼 안 되는 의료비 절감과 근시안적인 분배 정의의 공공의료는 이제 의미를 상실했다. 21세기의 공공의료는 감염병과의 '군비 경쟁'이다.

정치가 위기를 통제해서도 안 된다. COVID-19 초기 대응 실패는 전문가의 독립 의사결정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9년 전 노무현 정부는 중국 발 사스 발생 즉시 국방부 소속 의료진을 동원, 공항을 봉쇄해 3명 발생으로 막아내었다. 하지만 지도자가 항상 현명한 것은 아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메르스 사태는 전문가 손으로 권한이 넘어간 후 겨우 상황이 통제되었다. 재난 통제의 제 1원칙은 전문가에게 전권을 넘기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를 격상하든 의무총감(surgeon general)과 같은 전권 책임자를 지명하든 다음 감염병 발생 때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범국가적 질병 통제를 주창하고 거버넌스를 이끌어가야 한다. 21세기 변종 바이러스 창궐의 최전선은 중국과 중동, 남미, 아프리카의 오지 개발지역이다. 국제적인 생태계 감시와 변종 바이러스 모니터는 가장 거대한 진앙지의 유효거리에 있는 한국이 가장 절박하다. 백신의 황제로 불리며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았던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리더십이 아쉽다. 미국은 WHO를 비난하고 일본은 우리가 주목받는 것을 견제하고 있다. 정치가 행동해야 할 곳은 이곳이다.

성장없는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도 인천은 성장동력이 있다. 지난 5월 19일 송도 경제자유구역에서 K-바이오 글로벌 전략 간담회가 열렸다. 이곳에는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기업과, 지금 COVID-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참여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인천은 정보통신 기술(IT)의 선전이나 텔아비브와 같이 바이오 의료 제 1도시로의 성장동력을 가지고 있다.

윈스턴 처칠은 “좋은 위기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COVID-19가 빗장을 푼 21세기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_ 송준호 교수 약력

-의학박사

-미시간대학 연구 펠로우(2008년)

-전 인하대 의생명연구원

산학연융합연구기획실장

-전 인하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장

-현 신장학연구재단 이사

-한국과학기술 우수논문상 수상(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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