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가 한창 진행되던 1980년대. 아파트를 비롯해 빌딩, 공장, 창고 등을 짓는 건축 붐이 일었다.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앞두고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건축 붐은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여파로 건축 자재난을 겪으면서 쓴 것이 샌드위치 패널이다. 당시 국내 시장에 들어온 뒤 줄곧 인기를 얻어왔다.

값싼 샌드위치 패널은 스티로폼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철판을 붙여 만든 판재로 주로 가건물이나 창고 등의 건립에 사용했다. 현재 시장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할 정도로 건축현장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이유는 역시 '저렴함'과 '시공 기간' 단축이다. 건축주와 시공사 모두 사용의 유혹을 떨치기 힘든 요소들이다.

하지만 스티로폼 등 유기단열재를 넣은 특성상 화염에 취약하고 급격한 연소에 따른 유독 가스를 대량으로 발생시켜 화재 시 심각한 인명 피해를 일으킨다. 샌드위치 패널과 함께 건축자재로 목재, 페인트 등 인화 물질이 많이 사용된다. 고압 전기를 쓰는 일도 많아 스파크가 잘 튀고 유증기와 먼지, 분진이 많으면서 화재위험이 늘 상존한다. 2015~2019년 5년 동안 국가화재정보센터에 집계된 샌드위치 패널 구조 건물 화재는 무려 1만7485건에 달한다. 연평균 3497건, 전국에서 하루에 10건(9.6건) 정도 불이 나고 있다. 올해 1월1일부터 5월28일까지 발생한 화재만 1473건이다. 2015년 이후 사상자는 1000명이 넘는다.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4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9년 화성씨랜드 화재를 비롯해 2008년과 올해 4월29일 각각 40명, 38명이 숨진 이천 물류창고 화재 모두 대형 인명 피해를 냈다. 이 외에도 유사한 대형참사는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관리와 감독 주체조차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사각지대'에 있다. 그렇다 보니 당국은 아직도 특단의 대책 마련에 고심만 거듭할 뿐 당장 기본적인 실태 조사조차 쉽지 않은 처지다. 대개 화재 예방은 소방이 담당이나, 샌드위치 패널은 건축 관련 자재로 분류돼 업무에 포함하지 않는다. 지자체 안전부서도 마찬가지다. 소방과 지자체가 특별 조치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화재 취약대상'도 공장, 창고, 불이 났던 곳 등에 한정돼있지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특정할 수는 없다. 이번 이천 화재의 경우 공사 단계다 보니 화재 번짐을 막는 '방화구획'이 설치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을 개선하려 해도 건축법이 적용돼 소방이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1996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샌드위치 패널을 '불에 타지 않는 재료', 즉 불연재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중간 심재에 표면이 철판으로 구성돼있다는 이유다. 정부는 이후 사고를 막기 위해 난연성능 적용 등 법을 개정했지만, 바닥면적이 600㎡를 넘은 창고나 내부 마감재 등 시설 및 구조 대상에 한계가 있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유사한 참사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데에 있다. '샌드위치 패널'로 짓거나, 지은 공장 등 건축물들이 도내에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에는 2018년 기준으로 서울(약 13개)의 34배가 넘는 448개가 몰려 있다. 화성 47개, 이천 39개, 평택 38개, 파주 28개, 포천 21개 등이다. 이는 국토부가 조사요구 민원을 받아 일회성으로 파악한 것에 그치는 수치다. 샌드위치 패널은 정부나 지자체의 상시관리 대상에 제외돼 어느 건축물에, 얼마나 쓰였는지 자세한 현황은 없다. 주구조, 내·외 기타구조, 지붕 등 용도와 건축 외장용 패널, PEB 공법, 조립식 패널 등 명칭도 다양해 실제는 더욱 많은 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도내 지자체 등이 실태 조사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법 개정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지 않으면 언제든 참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로서는 공사현장의 편리성 탓에 사용을 불허할 근거가 부족하고, 모든 현장을 주시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제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이천 참사 후 정부, 지자체, 소방 등 모두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자체들은 샌드위치 패널을 쓴 건축물 일제 파악에 나섰고, 소방은 공사장 안전 위반을 추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샌드위치 패널'을 공장과 창고에서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 단열재에 대한 화재성능 기준 마련과 공사 준공일을 맞추기 위해 위험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도 막겠다고 했다. 나아가 계획 단계부터 시공 과정까지 주체별 안전관리 권한·역할·책임·처벌 등에 대한 사항을 총괄해 규정하는 '건설안전특별법'도 제정하기로 하면서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뿌리를 뽑겠다고 했다. 왠지 미덥지 않은 것은 왜일까.

 

정재석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