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하루 360ℓ 사용…'낡은 수도관' 해결이 관건

 

 지난해 5월 30일 인천시 서구 일부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이른바 '붉은 수돗물 사태'가 1년을 맞았다. 인천 서구와 중구 26만1000가구 63만5000명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다. 인천시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주민대표 등으로 상수도혁신위원회를 꾸려 규명에 나섰다. 원인은 수돗물 공급관로를 변경(수계전환)하면서 오랫동안 수돗물이 흐르지 않았던 관로 구간의 녹물이 일반 가정의 수돗물에 섞여 들어가면서 발생했던 것. 상수도혁신위는 6개월간의 현장조사와 토론을 거쳐 같은 해 12월 26일 상수도 중장기 혁신과제를 내놨다. 시는 가구당 평균 13만 원의 피해보상에 나섰다. 시민들 원성을 샀던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인천의 수돗물 공급 시스템은 안전해졌을까.

 

전문가·시민 등 상수도혁신위 구성
현장조사·토론 거쳐 '혁신과제' 마련
적수사고 1주년 토론서 예방책 제시

인천 일평균 급수량 약 108만㎥
6952㎞ 관로 통해 24시간 공급
매일 7.3건 누수민원·31.3건 공사

수돗물 불안 최대원인은 '노후관'
교체·보수 등 효율적 해결법 숙제
선진국선 PE 접철관 활용해 갱생

 

▲인천의 상수도 현황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시내 수돗물 급수인구는 299만9000여 명, 연간 급수량은 3억9400만1000㎥, 하루 평균 급수량은 약 108만㎥에 달한다. 시민 1인당 하루 평균 360ℓ의 수돗물을 쓴다.

인천시민이 매일 사용하는 수돗물의 대부분(일평균 104만㎥)은 부평·남동·공촌·수산·강화·길상 등 6개 정수장을 통해 공급된다. 6952㎞에 이르는 관로를 통해 하루 24시간 수돗물이 공급된다.

하지만 매일 7.3건의 누수 민원이 발생하고 매일 31.3건의 급수공사가 진행된다.

본부는 정수장 고도정수 처리와 해저 송수관로 건설, 스마트 관망 인프라 구축 등 184건의 주요 사업에 올 한해 2849억여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중 491억여 원이 스마트 관망 인프라 구축 예산이다.

상수도혁신위가 제안한 혁신과제를 적극 수용해 위기관리 대응 체계 확립, 관로·관망 관리 및 인프라 구축, 시민 서비스 강화 및 참여 확대, 상수도 경영 혁신 및 제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수돗물 시민평가단과 대학생 서포터즈 150명을 공개 선발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감시 체계도 가동 중이다.

▲사고 재발 방지 목소리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물과미래, 너나들이 검단+검암 맘카페, 수돗물시민네트워크 등 환경주민단체는 지난 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인천 적수 사고 1주년 대책 이행과 보완 토론회'를 열었다.

환경부,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K-water, 학계, 환경주민단체 대표 등이 참석해 올해 본격화된 수돗물 사고 재발 방지대책이 얼마만큼 이행되고 있는지, 보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수돗물에 대한 시민 불신을 없앨 수 있도록 일반 가정에 공급하는 상수도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공개해 깨끗한 물 공급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땅속에 매설된 상수도 관로 위치정보를 원격으로 확인 가능한 첨단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질 측정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관건은 낡은 상수도관망 보수

 

시민들의 수돗물 불안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은 땅속에 매설된 낡은 상수도관. 수돗물이 깨끗하게 정화된 정수장에서 각 가정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낡은 상수도관을 거치면서 오염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풀어낼지가 숙제다.

일반적으로 낡은 상수도관로는 교체 또는 보수(갱생), 두 가지 방법이 병행된다.

상수도관로를 교체하려면 굴착 시공이 불가피하다. 굴착 시공은 땅을 파헤쳐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오래 걸리고 소음_진동, 비산먼지, 교통 체증, 산업폐기물 발생 등 뒤따르는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다. 반면 보수(갱생) 시공은 비굴착 방식이어서 공사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환경오염이나 민원 발생 우려가 없다.

상수도관로의 보수(갱생) 기술은 3가지 유형으로 이뤄진다.

상수도관로 내부에 화학수지를 얇게 발라 씌우는 '코팅' 방식(CIPP)이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쓰인다. 상수도관로 내부에 부직포 튜브를 화학수지로 단단하게 굳혀 고정시키는 '화학적 보수' 방식도 활용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선 '물리적 보수'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다. 상수도관종으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PE) 파이프 등을 U자 형으로 접어서 관로 내부에 삽입한 뒤, 열과 압력을 가해 삽입한 PE 파이프를 다시 동그란 원형으로 복원시키는 기술(*PR 등)이다. 낡은 관로 속에 깨끗한 관을 겹쌓는 방식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보수(갱생) 기술이다. 유연성과 내진성이 뛰어나 지진에도 강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현동 박사(상하수도기술사)는 “선진국들은 30~40년 전부터 PE 접철관을 활용해 낡은 상수도관을 갱생하는 공법을 사용해오고 있다”며 “국내에서 이 공법의 활용과 갱생공법이 사문화된 까닭은 제대로 된 PE 접철관 생산설비가 없었기 때문이고, 더 큰 문제점은 업체들이 갱생기술 전문화보다는 용역따기 분쟁에 치우친 결과 공무원들이 도입을 꺼리는 이유가 돼왔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

 

 


이국노 ㈜사이먼 회장, “선진국 보수공법 잘 보급안돼 안타까움에 서둘러 기술 개발...제2사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폴리에틸렌(PE) 접철관 활용 상수도관망 보수(갱생)공법이 국내에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기술 개발을 서둘렀습니다.”

이국노(사진) ㈜사이먼 회장은 플라스틱 파이프 제조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1973년 회사 설립 후 줄곧 파이프 제조에 매달려 왔다. 2012년 김포에 PE 접철관 생산공장을 갖췄다. 인천 기업인 ㈜옥련건설(대표 김함태)과 함께 국내 환경에 적합한 제품 개량과 마감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듬해부터 낡은 상수도관 보수(갱생) 공사에 참여해 직접 개발한 국산 PE 접철관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제품 생산에서 설치까지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 8년간 총연장 80㎞ 넘는 낡은 상수도관을 국산 PE 접철관으로 보수했지만 지금껏 하자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산 PE 접철관은 상수도관 파이프로 사용되는 재질과 동일해 녹이 끼거나 부식되지 않고 세균도 번식하지 않아 재질과 품질의 안정성이 뛰어납니다.”

조달청 우수 제품(제 2016173호)으로 지정될 만큼 성능과 기술,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 받았다. 통상 6m 길이로 연결된 낡은 상수도관을, 200m씩 이음매 없이 단박에 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이 핵심이다.

이 회장은 “보수(갱생) 공사를 통해 새로 만들어진 PE 접철관은 내진성과 유연성이 뛰어나 부등침하나 지반변형이 생길 경우 신축적으로 충격을 흡수한다”며 “이 때문에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특히 각광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수도관망 보수(갱생) 기술로는 국내 최초로 우수 제품 지정을 받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서 “국산 기술로 제 2의 붉은 수돗물 사태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