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출범한 제20대 국회가 29일 임기를 마감한다. 여소야대로 출범한 20대 국회는 정치적으로 큰 혼돈의 시기였다. 전반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고, 후반기에는 패스트트랙 충돌 등 정쟁이 끊이지 않았다. 4년 내내 이어진 여야의 정쟁 속에 법안 처리율도 35%를 겨우 넘어 '식물국회'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처럼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된 20대 국회가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과거사법', 'n번방 후속 입법', 'Post-코로나 입법' 등 133건의 법안을 밀린 숙제 하듯 의결했다. 임기 종료를 앞둔 국회가 체면치레라도 하려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정작 반드시 처리했어야 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정부 발의)은 논의조차 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를 두고 “정치권이 지방분권을 염원하는 기초지방정부와 시민사회의 바람과 열정을 끝내 외면했다”며 “20대 국회의 마지막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방분권에 대한 국회의 무관심은 이번만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 대한민국이 지방분권 국가임을 선언하는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하지만, 국회는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의결정족수에 미치지 못하는 '투표 불성립'으로 무산시켰다.

현재 법안은 1987년 개헌에 따라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차원에서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된 이후 30년이나 흘렀다. 달라진 지방행정 환경과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주민중심의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졌다. 'K-방역'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의 방역체계가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바탕에는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발빠른 조치가 있었다. 재난은 기후변화와 같이 전 지구적인 것도 있지만, 대체로 국지적 공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재난관리는 철저하게 현장 중심이어야 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포스트 코로나와 자치분권 대토론회'에서 “이번 코로나 방역의 공로자는 의료진이지만 그 바탕은 지방자치제도라는 우리의 굳건한 제도가 떠받치고 있었다”며 “방역의 아이디어는 모두 지방정부에서 시작되었는데 이것이 자치의 힘이고 이것이 분권의 이유”라고 강조했다.

곧 개원하는 21대 국회는 지방자치법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조속히 처리하길 촉구한다.

 

이상우  정치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