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인류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현재 직면한 기후위기와 환경 불평등을 해결하고 '탈탄소시대'로 전환하려는 '그린 뉴딜'로 나타나고 있다.

유럽과 미국, 중국은 이미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 그린 뉴딜을 실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1조 유로(1400조원)를 조성해 재생 가능한 순환 경제와 좋은 일자리를 만들 녹색전환을 준비 중이다.

특히 유럽은 '기업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원칙으로 '공정한 전환'을 표방하고, 전환으로 인한 기존 산업의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 유로의 예산을 배정했다. 미국 뉴욕 주에서도 지난 4년간 시민들이 주도하는 그린 뉴딜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작년 7월, 주의회와 주정부는 '기후 리더십과 공동체 보호법'을 만들어 시민들이 그린 뉴딜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했다. 현재 뉴욕 주는 인구 46%에 해당하는 시민 공동체들이 참여해 그린 뉴딜의 혜택을 얻고 있다. 중국 역시 2013년부터 그린 뉴딜의 중국식 명칭인 '생태문명 건설'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전환에 성공하고 있다.

이러한 그린 뉴딜의 세계적 흐름을 따라 올해 우리 정부도 참여를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시작부터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난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를 늘리는 '그린 뉴딜' 방안을 만들 것을 지시하고, 일주일 뒤 정부는 신속하게 태양광과 풍력 설비 확대, 저소득층 주택 효율화, 미래차 시장 육성 등의 과제를 선정했다.

그런데 우리의 그린 뉴딜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목표에 집중하면서 본질인 '탈탄소사회'로의 전환을 놓치고 있어 안타깝다. 그것은 석탄시대의 청산이다. 작년 5월 비영리 싱크탱크 '탄소 추적'(Carbon Tracker)은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좌초자산으로 평가하고, 그 규모가 무려 1060억 달러라고 했다. 한국은 지금도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새로 짓고 있다. 우리가 그린 뉴딜을 한다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신설하는 것은 대단한 모순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5월13일 발표한 에너지전환지수(ETI)에서 우리나라는 32개 선진국 중 31위로, 최하위다. 탈탄소로 전환할 역량이 꼴찌라는 것이다. 그동안 석탄, 석유, 가스에 의존해온 우리는 탄소시대 이후를 사실상 준비하지 않았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야심찬 전환'도 없고, 커뮤니티가 참여하는 '공정한 전환'도 없이 그린 뉴딜이라는 단어만을 빌려온 것처럼 보인다. 탈탄소사회로의 전환이 빠진 한국형 그린 뉴딜은 조만간 좌초자산으로 바뀔 두산중공업 같은 기존 탄소관련 기업들의 연명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렇게 연명한 일자리들이 지속가능하고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전환은 본래 어렵다. 에너지 전환도 제대로 못해본 우리나라가 사회 전반을 혁신하는 그린 뉴딜에 동참하려면 체계적인 준비와 대담한 결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정치와 정부는 탈탄소사회를 향한 대담한 목표를 결단해야 한다. 탈탄소사회로의 전환은 앞으로 10년이 고비다. 유엔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결정했다. 우리도 전환을 위해 10년 내 석탄화력발전소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모든 빌딩을 '녹색 빌딩'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둘째, 탈탄소사회로의 전환을 시민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전환을 하는 동안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시민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법제도와 재정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 아파트와 지역, 직장, 학교 공동체가 그린 뉴딜의 주역이 되고,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셋째, 기후위기와 코로나가 국경을 넘어 진행된다는 점에서 한·중·일·몽골·북한이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하는 '동아시아 그린 뉴딜'이 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인류는 탈탄소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그린 뉴딜을 통해 시민과 국제사회가 함께 새 시대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