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무장지대(DMZ)는 비극의 땅이지만, 역으로 생태계 보고(寶庫)로 알려져 있다. 70여년간 사람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생겨난 남북의 '희망 벨트'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금단의 지대로서 동식물이 자연스럽게 자라 새로운 생태계를 선보인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DMZ의 일상'을 기록하려는 다큐멘터리와 사진 작가 등도 자주 찾을 정도다. 그만큼 비무장지대는 색다른 가치를 인정받아 또다른 의미의 지역 자산으로 평가된다.

경기도가 문화재청·강원도와 함께 4·27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이 합의한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를 위해 문화·자연유산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벌써 시도했어야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7월11일 'DMZ 관련 경기도-문화재청-강원도 업무협약 체결'에 따른 후속조치다. 첫 번째 조사는 비무장지대 내 유일한 마을인 파주 대성동 마을에서 26~29일까지 진행된다. 분단 이후 70여년간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던 비무장지대 전역에 걸친 조사라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여겨진다. 처음으로 문화·자연유산을 종합적으로 살핀다는 취지다. 조사엔 경기도(경기문화재단, 파주시)·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강원도(강원문화재연구소, 고성군)를 중심으로 문화·자연·세계유산 등 분야별 연구자 55명이 참여한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조사하는 만큼 많은 성과를 거두리라 생각한다. 이번 실태조사는 그동안 소외됐던 비무장지대 내 문화·자연유산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첫 조사 대상지인 파주 대성동 '자유의 마을'에선 분단이 가져온 문화경관의 모습을 살펴본다고 한다. 비무장지대 내에서 살아가는 주민 삶을 반영한 일이다. 마을 서쪽 태성(台城)을 비롯해 고고학적 흔적을 찾아 과거 문헌으로만 유추할 수 있었던 내용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비무장지대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군사적 긴장관계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을 선사했다. 앞으로 1년동안 추진될 공동 실태조사를 통해 민족화해와 평화의 상징적 공간을 찾았으면 싶다. '비무장지대 평화구역화'를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