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장기불황 대비해야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는 불황과의 장기전
미국, 세계무역 질서에서 중국 분리 착수
미·중 갈등땐 대한민국은 최대 피해국
재정 승수효과…정상적인 상황에서나 가능
재정 아껴 장기불황 대비해야

 

▲ 정인교 인하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세계경제에 대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을 가장 체계적으로 연구해 온 유럽정책연구센터(CEPR) 학자들이 코로나 이후 세계에 대해 내린 결론의 일부를 들면 다음과 같다.

 

-경기불황 장기화('나이키'형)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각국의 경제(재정)위기 일상화

-자유무역 퇴조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 갈등 격화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사항뿐이다. 당장 코로나 극복이 관건이지만 코로나 이후 세계는 결코 코로나 이전 세계가 될 수 없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위기 극복과 경제불황이 장기화하면 많은 국가에서 재정위기 빨간불이 켜질 것이다. 중국 부품공장 폐쇄로 발생했던 공급난이 해소되었지만 전세계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걱정스런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므로 재정을 풀어도 약효가 불투명하고, 국가재정 상황은 더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게 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세계경제에서 재현될 수 있다.

지난 4월 중순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로 올해 세계경제는 -3% 역성장하지만, 내년에는 5.8%로 급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름이 되기 전에 코로나가 진정되고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면서 세계경제를 달굴 것으로 봤다. 과거 사스(SARS)나 메르스(MERS) 상황을 코로나19에 적용시킨 것이다. 이러한 전망이 실현되길 바라지만 확진자 500만 명에도 코로나 기세가 약화되지 않는 상황을 지켜보며 IMF 연구진은 속단을 자책하고 있을 것이다.

1930년대 대공황과 식민지 경쟁은 인류 최악의 참상이었던 제 2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되었다. 요즘 미·중간 관계는 전쟁에 준하는 수준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고 했고, 중국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화웨이의 부품 공급 차단에 나서고 있다. 과연 제재 대상이 화웨이뿐이겠는가? 오싹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 없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경제대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문제는 경제대전이 당사국간에 그치지 않고 미·중은 다른 국가들이 자국 편에서 힘을 합치도록 압박을 넣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으로 한국이 최대 피해국 중 하나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직간접 수출을 모두 합하면 이들 세계 1,2위 국가가 한국 수출의 대략 40% 내외를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의 초고속 성장 덕을 가장 많이 본 국가이다. 정책당국의 중국 리스크 경고에도 한국 기업들은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중 경제전쟁에도 불구, 한국의 대중국 투자 규모는 오히려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엔 폭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의 상황은 엄중함을 넘어 비참할 정도이고, 이 상황이 미국의 중국 정책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지난해부터 워싱턴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세계무역질서에서 중국을 분리해내는 소위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을 추진해 왔다. 수출길을 막으면 중국경제는 주저않게 된다는 논리이다. 중국을 키워 준 WTO 대신에 미국은 동맹국가간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전략(군사적 측면에서 중국 포위 전략)과 WTO 무력화 역시 디커플링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의 재선 전략과도 연관되어 있다. 코로나 팬데믹 참사를 겪은 서구 국가들은 미국의 디커플링 정책 추진에 동조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코로나가 미·중 디커플링 촉진자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세계경제가 성장 탄력을 잃어가고 있던 상황에서 미·중 분리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돌파구가 열려 있었다. 이젠 어디를 봐도 지뢰밭만 가득하다. 코로나 이후 경제는 불황과의 장기전이 될 것이다. 돈을 풀면 경제가 좋아지고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 국가 빚을 줄일 수 있다는 승수효과는 정상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교과서적 이론이다. 효율성을 바탕으로 재정실탄을 아껴 써야만 장기불황에서 국가 생존이 가능할 것이다.

 

◼ 정인교 교수 약력

-미시간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전 동아시아지식인연대(NAIS) 운영위원

-전 국제통상학회장

-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전 인하대 대외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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