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광주경찰서가 후원금 유용에 대한 의혹을, 경기도 공정특별사업경찰단이 보조금 횡령 등 목적 외 사용에 대한 수사를 각각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 우선 안타깝다. 할머니들에겐 노후의 안식처였을 터다. 이곳에 머물며 일본의 역사적 과오에 대한 진실규명에 앞장섰건만 지금 이곳은 좋지 않은 일로 여론의 중심에 섰다. 온갖 잡음이 난무하고, 다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을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심정을 감히 헤아리기 쉽지 않다. 나눔의 집만 놓고 봐도 그렇다. 1992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처음 개소했고, 이후 명륜동, 혜화동을 거쳐 1995년 12월 지금의 광주 퇴촌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입주했다. 짐작컨대 저간의 사정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이재명 지사의 말처럼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때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해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절을 딛고 사람들의 인식과 공감을 얻었을 때에야 비로소 후원금도 들어오고, 독지가도 여럿 있었을 것이다. 다수 시민들의 애틋한 시선이 오래도록 머물렀던 곳이다.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곳은 바로 대한 불교 조계종이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는 상황이다. 계약법 위반 사례와 용처가 분명하게 명시돼 있는 후원금 사용 내역에 대한 의혹이 대부분이다. 13건에 달하는 계약법 위반 사례가 있었다. 후원금으로는 지급할 수 없는 직원들의 급여와 대표자의 건강보험료의 지급 사례도 적발됐다. 20년 동안 장부를 만들지 않고 봉투째 보관한 외화도 일부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태만한 운영을 해올 수 있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조계종은 나눔의 집 외에도 전국적으로 여러 곳에서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는 곳이다. 당위적으로는 일반 사회복지법인들보다도 훨씬 깨끗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리란 기대가 또한 있을 법하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부처님의 정신에 비추어 멀어도 지나치게 멀다. 수사가 더욱 엄격하고 엄정해야 하는 이유다. 조계종 스스로도 불사를 다시 세운다는 각오가 아니면 모든 복지법인 운영에서 손을 뗄 각오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