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지역의 문화수준을 알게 하는 곳이 도서관과 박물관이라고 한다. 도서관은 장서와 함께 주민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쌓게 하는 '지식 샘터'다. 박물관은 선조들의 유물·유적과 더불어 지역민들의 오랜 삶을 엿보게 한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 여행자들은 그 지역 도서관과 박물관을 가는 일정을 짜기도 한다. 사람들이 지식을 어떻게 보듬으며 살고 있는지, 무슨 삶에 집중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다. 이렇게 중요한 곳이니 만큼, 중앙정부나 자치단체는 이들 시설을 보호·관리·보존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인천시가 '100주년 기념 도서관' 건립에 나섰다. 서구 검단택지개발 2지구 근린공원에 세우기로 했다. 이 사업은 지난 1922년 문을 연 인천부립도서관 100주년을 맞아 추진됐다. 시는 320억여원을 들여 2022년 착공해 2024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연면적 1만2000㎡로, 지하 2층·지상 3층 규모로 짓는다. 100주년 기념 도서관은 인천의 공동보존서고 역할도 맡는다. 지금 인천의 59개 공공도서관은 장서공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도서관에 보관할 수 없는 책이 수두룩하다. 그러다가 최적의 장소로 100주년 기념 도서관을 지목하게 됐다. 공동보존서고엔 170만여권의 장서를 보관할 예정이다.

내후년이면 개관 100년을 맞는 인천시립도서관의 모태는 어디일까. 중구 송월동 1가 1번지(현 자유공원) 내 청광각(靑光閣)을 인천시가 매입해 부립도서관으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청광각의 경우 인천항 개항 이듬해인 1884년 독일 무역상사 세창양행이 관사로 지은 근대식 건물로 알려져 있다. 개관 때 장서는 900여권에 불과했으며, 인천에 거주하던 일본인이 주로 도서관을 찾았다고 한다. 그 후 1941년 시가 도서관을 향토관으로 바꾸면서 신흥동으로 이사했고, 해방 후엔 비좁다는 여론에 따라 율목동으로 옮겼다. 율목동 시대가 열리면서, 비로소 도서관으로서의 '지위'를 확립했다. 전국적으로도 시설과 규모 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대학 도서관학과 학생들이 견학을 왔을 정도였다. 50대 이상 인천인들이라면, 당시 공립으로 유일했던 율목동 도서관을 한번쯤 이용했던 기억을 갖고 있으리라. 시민들에게 정신적 자양분을 흠뻑 내려줬던 그 도서관은 이후 도시개발과 교통불편 문제 등에 부딪히면서, 2009년 남동구 구월동(미추홀도서관)으로 옮겨 오늘에 이른다.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시립도서관이 이제 한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 100년의 역사란 이미지에 걸맞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이 좀더 여유롭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민들이 배움의 갈증을 풀어 마음의 양식을 쌓는 곳 중 하나가 도서관이지 않는가. 100주년 기념 도서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활발하게 모색되기를….

 

이문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