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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칼럼] 청량산 둘레길에서
[시민칼럼] 청량산 둘레길에서
  • 인천일보
  • 승인 2020.05.21 18:16
  • 수정 2020.05.21 18:15
  • 2020.05.22 경기판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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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은 현대인의 로망이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건강식품은 물론 요가를 비롯한 생활체조와 도시 속 자연을 연출하는 공원 등 휴식공간이 늘어나는 현상은 그를 대변해 준다. 자연의 형태를 살려 마을 야산을 이용한 둘레길은 친환경적인 자연의 미를 안겨준다. 아기자기한 산세는 편안함을 주고 야트막한 산길은 걷기에 부담도 없다.

얼마 전 '연수 둘레길'을 조성한 청량산에 갔다. 승기천으로 이어지는 트래킹 길과 봉재산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그리고 문학산까지도 연결되는 자연 속 산길은 아늑했다. 펑퍼짐한 둘레길은 갈대밭 평야도 있고, 나무계단으로 이어지는 오름길도 있다. 그다지 높지 않은 봉우리와 때로는 평지처럼 연결되는 구릉지는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군데군데 오두막이나 벤치가 있어 나그네의 쉼터를 제공한다. 가쁜 숨을 잠시 고르노라면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이 오롯이 눈에 들어온다. 망중한이다.

청량산에 있는 연수 둘레길은 새롭게 꾸며졌다. 봉재산으로 이어지는 구릉지에는 둘레길 휴식공간이 시민제안 사업이라는 안내표지도 세워져 있다. '해넘이공원'이라고 이름 붙인 그곳엔 저녁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조망대와 벤치도 마련되어 있다. 몇 군데 운동기구를 설치해 가벼운 운동도 곁들일 수 있다. 한가로운 햇살이 평화로움을 더해 주는 가운데 삼삼오오, 때론 혼자서 둘레길을 걷는 풍경은 여유롭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정지된 가운데 하늘은 더 맑아져 청량감을 보탠다. 시끄러운 도심 속에서 평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청량산은 인천 연수구에 위치해 있다. 백두대간에서 시작되는 산줄기이며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명당터로 꼽기도 한다. 한반도의 가장 큰 산줄기는 백두대간이다. 백두산, 태백산, 소백산, 지리산으로 연결되는 맥이다. 한반도 지형은 호랑이 형상에 비유하는데 백두대간은 호랑이 머리에서부터 산을 타고 등줄기를 이루는 산맥으로 볼 수 있다. 그중 인천에 있는 문학산은 호랑이의 배꼽(단전)에 해당된다고 한다. 또한 문학산에서 이어지는 청량산과 봉재산은 봉황터이며 생명을 잉태하는 봉황의 자궁 자리가 있다고 한다. 몇 해 전에는 그 인근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 분양할 때 봉황이 알을 품는 명당터라며 인기를 끌었던 적도 있다.

청량산에서 하천을 건너면 송도국제도시가 있다. 산에서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유명한 풍수지리학자는 송도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서해안 갯벌을 메워 개발한 송도는 호랑이의 배꼽이 불룩 튀어나온 형상을 만들어 단전의 힘이 더욱 강해진다고 내다봤다. 단전은 에너지의 원천이다. 그래서 송도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믿거나 말거나 듣기에는 기분 좋은 말이다.

우연이었을까? 인천은 개항지로서 외국의 선진 문명을 제일 먼저 접한 곳이다. 그러나 개항을 통해 근현대를 거치는 동안 문명의 유입을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했다. 장구한 역사 속에서도 경제와 문화가 타 도시에 비해 발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늘 남는다. 출신 지역별 다른 사람들이 많이 모여 인천의 정체성도 약하다고 한다. 문학산, 청량산의 정기를 받아 진일보하는 인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인천의 미래를 염원한다.

 

최영희 시인·송도소식지 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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